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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n 21. 2023

나의 첫 에세이 쓰기 1교시

오늘의 일정은, 아침 일찍 자주 가는 산에 가서 등산을 하고, 전날 저녁 모임에서 먹었던 맛있는 시골 밥집에 가족과 점심을 먹으러 가고, 밥을 먹은 후 글쓰기 수업할 도서관으로 가면 된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도서관으로 차를 몰고 출발한다. 갈림길에서 잠깐 갈등한다. 이 길인가. 아닌가. 다시 정신 차리고 출발. 무사히 도착.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전에 도착. 시간이 남아 먼저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나의 말벗이자 오늘 글쓰기 수업을 알려준 J맘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수업할 강의실로 향한다. 우리가 수업할 강의실은 3층에 있다.


첫 수업이 시작된다. 작가님의 소개가 있고 이어서 각자 자기소개를 한다. 나의 차례다. 브런치 작가님 앞에서 나도 브런치 작가라고 소개를 하는데 쑥스럽다. 아직 작가의 실력이 안된 사람이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수강생들은 와~  하는데 나의 목소리는 떨린다. 떨리는 목소리로 작가님의 브런치북을 잘 읽었으며,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말한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수강생들은 왜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또박또박 용기 있게 말한다.


작가님이 질문을 던진다. 책 한 권을 쓰려면 몇 편의 에피소드가 필요할까요?

수강생들이 대답한다.

20개, 40개, 50개, 100개.

정답은 50개입니다.(A4 1장 정도)

듣고 보니 에피소드가 50개 정도면 충분히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난 에피소드를 많이 보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가끔씩 에피소드를 꺼내 읽어보면서 웃기도 하고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문제는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좋은 글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주제에 따라 나눌 것인지, 한 가지 주제에 넣을 것인지. 짧은 글이 좋을지, 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해 보곤 한다.


작가님이 이젠 자기가 책을 출판한다면 어떤 주제로 책을 쓸 것인지 다섯 가지 주제를 적어 보라고 한다. 난 평소 생각하던 대로 적는다. 1. 아버지, 2. 엄마 (큰 글씨 책), 3. 에피소드 모음집, 4. 노인, 5. 나무. 그 외에도 관심 있는 주제가 많다. 다 적었으면  세 명씩 짝을 지어 어떤 이유로 이 주제를 골랐는지 서로에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한다.


우리 팀은 나의 앞사람, 나, 말벗이다. 새로운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은 꼭 외우려고 하는 편인데, 앞에 앉은 사람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름을 생각하느라 앞사람이 말한 주제에 대한 설명을 다 듣지 못하고 장애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만 생각난다. 나의 차례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뛴다. 사실 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소심해서인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떨리고 정리가 안된다. 나이가 들면 이런 증세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똑같다. 떨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잘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책의 주제를 설명하다가 아버지란 글자에서 목이 매인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아직은 쓰지 않았다. 망설이는 중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 아버지만이 즐기는 즐거운 인생에 대해 쓸 것인가. 게으른 아버지에 대해 쓸 것인가. 수필 형식이 좋을까, 소설 형식이 좋을까, 아버지의 어떤 면을 가장 드러내야 할지 고민이다. 언젠가는 쓸거라 생각은 했지만 막상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어간 주제를 쓴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함을 느낄 때, 작가님이 서로 얘기 다 하셨죠 하며 강의를 이어간다.


작가님은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며 자신도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한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었다며 브런치에 대한 긍정적 측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맞다. 브런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하는 필수 앱이다. 브런치 작가에 등록이 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그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려고 눈여겨본다.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처럼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게끔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번엔 자신의 탄생에 대해서 써 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난 태어날 때 눈이 너무 작은 탓인지 눈이 붙어서 떠지질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정화수(井華水)를 떠 놓고 몇 날  며칠 동안 정성을 다해 빌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난 눈을 뜬다. 현재 나의 눈은 많이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다. 믿지 못하겠지만 가끔은 평소보다 눈이 커지기도 한다. 그건 화장기술 때문이다. 화장술을 하나씩 덧댈 때마다 눈은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할머니의 사랑이 빚어내어 뜬 눈으로 난 사람과 사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 어떤 사람의 삶도 나름 그들 만의 위대함이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이유 없는 행동이 없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풀잎에도, 한가할 때가 없이 총총총  잔걸음 치는 참새에게도 이유가 있다. 우리가 모를 뿐. 사랑으로 보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좋아 보인다. 이런 내가 싫어하는 것도 있다. 날카로운 목소리나 짜증 나고 화난 얼굴,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인 사람은 싫어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면 알게 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관심이 많이 가는 것과, 무관심해지고 싶은 것의 구분을 할 수 있다.


탄생이라는 주제의 글을 쓴 뒤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할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한다. 서로 눈치를 보던 중, 맨 앞줄에 키가 크고 단발머리인 수강생이 용기 있게 나간다. 그녀는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듣는 나에게도 가슴 먹먹함이 전해진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는 소중한 존재고 필요한 존재이기에 탄생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슷할 것 같지만 서로 다른 탄생의 비밀이 있다.


질문 시간이다.

옆자리에 앉은 말벗이 먼저 질문을 시작한다. 또 없나요? 할 때 내가 손을 든다. 작가님, 하루 중 언제 주로 글을 쓰나요?  네. 책상에  앉아서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집 밖으로 나가야 잘 써집니다. 주로 아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에요.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남편과 자주 산이나 들판, 강가, 공원, 해안가로 산책을 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글이 쓰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때마다 간단하게 메모를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경험이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글에도 생명이 있다. 생생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아이쇼핑을 나가야 한다. 집 밖으로. 남편의 말을 따라 해 본다. 남편은 산책 가는 것을 아이쇼핑 간다고 말한다.


작가님은 마지막으로 에피소드 한 가지씩 써 보라고 한다. 무슨 글을 쓸까 하다가 아버지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쓴다. 이번에 발표를 시키면 용기 내어 단상에 서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수업 끝나는 시간이 다 되었다. 에피소드는 단톡방을 만들어 거기에서 각자 서평을 해 주기로 한다. 두 시간 강의 시간이 알차게 꽉 채워진 것 같다.  다음 수강 날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오다가 나의 앞자리에 앉은 사람을 주차장에서 만난다. 잘 가라고 했더니, 자신이 타로를 배웠는데 다음에 만나면 타로를 봐줘도 되겠냐고 한다. 난 흔쾌히 좋다고 다. 재미있을 것 같다. 기대된다.


[오늘 수업 중 선생님이 알려주신 도움 되는 말씀]

* 사람인 맞춤법 검사기(퇴고와 탈고시에 사용하면 다)

* 프롤로그(시작, 예시, 예고, 암시, 오프닝)

* 에필로그(덧붙이는 후일담)

* 에피소드는 메시지로 완성되어야 한다.

* 글을 쓸 때는 독자를 배려해야 한다.(진실성이 있어야 하며,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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