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맞은편에서 무표정하게 걸어온다.
휴대폰 한 번 사람 한 번 보다가
우리 부부와 잠깐 눈이 마주친다.
왼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왼 팔에는 종이가방의 끈이 매달려 있다.
오른손과 팔은 할 일이 없다.
끈 아래 짙은 주황색 종이가방이 시선을 끈다.
가방은 아이의 팔 아래에서 종아리에 까지 내려와 아이의 걸음에 맞춰서 이리저리 춤을 춘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뭐지?
남편도 같은 걸 보고
뭐지?
아이가 지나가고 우린 웃음보가 터진다.
종이가방의 밑 부분이 터져 있었다.
아이의 키가 작아서 가방이 길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밑부분이 터져서 더 길어 보였던 것이다.
터진 걸 알고 가는 거야!
휴대폰을 보느라 가방이 터졌는데도 모르나!
그럼 종이가방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원래 터진 가방이었나?
설마!
그렇진 않겠지!
물건을 담을 수도 없는 가방을 왜 가지고 오겠어!
아이의 손에 매달린 것의 진짜 이름은
끈 달린 가방이 아니라 종이라 해도 되겠다.
밑이 터진 종이가방과 무심히 지나간 아이가 자꾸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