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 가방 속에는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많다

by 나를 아는 사람

키가 작은 나는 몸에 비해 조금 크다 싶을 정도의 가방을 들고 출, 퇴근을 한다. 처음부터 가방이 이렇게 크진 않았다. 작은 가방과 함께 보조 가방으로 쇼핑백을 들고 다녔다. 그 후 큰 가방 안에 작은 가방을 넣고 다니다 이제는 작은 가방을 빼고 큰 가방에 필요한 물건들을 넣고 다닌다.


가방 속에는 출근 카드, 한방파스, 손수건, 시장 가방, 화장지, 줄자, 양말, 종이 반창고, 포포 크림, 지갑, 책 한 권, 책갈피 등이 있다. 하나가 더 있다면, 연둣빛 두툼한 필통. 필통 안에는 볼펜, 연필, 지우개, 칼, 흔들어 쓰는 화이트 등으로 꽉 채워져 있다. 큰 가방에 혹시 물건을 하나만 남기고 모두 비워야 한다면, 난 아마 당연히 필통을 남길 것이다.


며칠 전 회사 동료는 나의 필통에 들어 있던 화이트를 빌려가며 가방 무겁게 왜 필통을 가지고 다니냐고 했다. 난 필통이 없으면 허전해서 안된다. 필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했다. 낡고 오래되어 몇 번 교체한 뒤 지금의 필통이 나의 곁에 있게 되었다.


난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부터 필통과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나 메모지, 책 한 권, 부채 모양의 책갈피를 가지고 다닌다. 가끔 더운 날 부채 부치는 시늉을 해 보기도 한다. 시원 하진 않지만 재밌다. 책갈피를 본 사람들은 어디서 샀냐고부터 묻는다. 귀엽다고. 책은 좋아하지 않아도 다들 책갈피는 탐을 낸다.


한 권의 책은 나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심심하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다닌다. 대부분 한 번 이상 읽은 책이거나, 내용이 쉽고 짧은 단편이나 시집, 자기 계발서 등이다.


한방파스는 일을 하다가 손목이나. 어깨, 목, 허리 등에 통증이 오면 수시로 바르는 데 사용한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땀이 많이 나는데 그때 손수건을 스카프처럼 목에 묶어 사용하고 젖으면 빨아서 다시 사용하기 편하다. 시장 가방은 옷이 땀으로 흥건 하거나 오염되면 갈아입은 옷을 담기 위한 용도이자, 퇴근길 장보기에도 쓰인다.


포포 크림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해서 처음 하는 일이라 몸과 마음이 바쁠 때. 일 하느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손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피부가 약해진 정도였는데 갈수록 심해졌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고 연고를 발랐는데도 호전되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다 포포 크림을 알게 되었고 구매해서 꾸준히 바르고 있다. 집에도 있고 가방에도 넣고 다니며 수시로 바른다.


종이 반창고는 포포 크림을 발라도 피부가 갈라져서 물이 닿으면 따가운 곳에 임시방편으로 붙인다.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폭이 좁은 것과 넓은 것이 있어서 유용하게 쓰인다.


줄자는 일 하다 물건의 높이나 폭 사이즈를 잴 때 사용한다. 가끔 장난으로 줄어드는 키도 한 번 재 본다. 양말은 물이나 땀에 젖으면 갈아 신는다. 겨울에는 발이 시릴 때 한 켤레를 더 겹쳐 신는 용도로 쓰인다.


나의 가방에는 아직도 채울 것이 많다. 점점 가방이 커질 수도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물건이 담길지 나도 모른다. 혹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허기 때문에 간식이 추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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