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매력에 풍덩

글 맛은 잘 모르지만

by 나를 아는 사람


4인용 식탁의 부엌 방향에 있는 왼쪽 자리는 항상 쿠션 하나가 있다. 틈날 때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의 일상에는 변화가 생겼다. 퇴근 후 꾸준히 하던 스트레칭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고, 남편과의 수다 시간도 줄었다. TV 시청 시간도, 영화 관람 시간도 줄었다. 남편은 이제 혼자서 영화 보고, 차 마시고, TV를 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 비가 내리는 휴일에는 잘 보지 않던 책도 한 권 꺼내어 읽곤 한다. 몇 장 넘기다 그칠 독서지만.


한 번 식탁 의자에 앉으면 몇 시간씩 집중을 하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족들에게 질문도 이 곳에서, 대답도 여기서 한다. 조금 이른 듯 하지만, 정해져 있던 저녁 10시였던 취침시간이 허물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침에 일찍 출근하던 난 나름 원칙을 정해서 몸 관리를 하는 차원에서 일찍 취침을 했다. 몇 년 동안 지키고 와서 그런지 저녁 10시가 가까워지면 자꾸만 눈이 감기고 잠이 오려고 하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그날그날 내가 잠드는 시간이 취침 시간이 되었다.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식탁 자리는 글을 쓰다가 창 밖을 보기도 좋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기도 좋다. 이사 와서 많이 읽을 거라고 만든 거실 책장의 책들도 한눈에 들어와서 좋다. 난 글을 다 쓰고 나서 발행을 누르고 나면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확인을 해 본다. 어떤 사람들이 나의 글에 반응을 하는지, 그 사람의 브런치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의 글에 라이킷을 하는지 본다.


대부분은 좋은 글이 많이 쌓여 있고 구독자도 많다. SNS 활동은 활발하고 책을 출간 한 작가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난 일상에서 어떤 순간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글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지, 아직까지는 구독자를 많이 늘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얼마 전 첫 구독자 한 명이 생겨서 참 감사하고 신기했다. 하지만 잘못 누른 건지, 탐색전이었는지, 글이 재미가 없어서인지 구독자가 외출했다. 현재 나의 브런치에는 구독자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난 아직 브런치 초보니까. 지금 나의 최선은 쓰는 거라 생각한다. 그냥 쓴다.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쓴다.


언제 어디서나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문장을 쓴다. 브런치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메모하듯 적어두기 참 편하다. 앞뒤 순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쓴다. 시간을 두고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다가오면 단어와 문장의 순서를 바꿔 보고, 좀 더 나은 문장을 만들어 본다. 비틀어 보고 섞어 보고 부족하면 첨가할 단어나 문장을 섞어 본다. 휴대폰을 곁에 두고 인터넷 사전에 들어가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고 적절하게 섞고 비빈다.


글 맛은 모르겠다. 어떤 날은 맹물처럼 조금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푸딩처럼 글 맛이 부드럽게 잘 읽히는 것이 있을 것이고, 돌처럼 단단하거나 가시처럼 거슬리는 글이 있을 수도 있다. 촌스럽거나 옛날 맛이 진하여 싫어할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독자들의 입 맛에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쓴다. 사람들의 글 맛에 맞추고 싶은 생각보다 아직까진 나의 시선에 조금 더 맞춘다.


'브런치 작가'라는 말이 좋다. 나의 시선에 들어오면 글이 된다. 기록물이 되는 것이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서 생기 있는 문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루하루는 같을 것 같으면서도 글을 쓰게끔 만드는 신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써야 하는 나의 습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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