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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Jan 31. 2022

이제 진짜 새해니까

그냥 다시 시작해요.

“Whatever happened yesterday, forget about it. Get a new perspective. Today is a new day. Fresh start, begins now.” 

미국의 저널리스트 Germany Kent는 ‘다시 시작하기’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건, 잊어라. 새로운 관점을 가져라. 오늘은 새로운 날이니까. 진짜 새로운 시작은, 지금부터다.”



2월 1일, EBS FM 최수진의 모닝스페셜 첫 페이지에 쓴 오프닝 명언이다. 오프닝은 그날 방송의 이미지와 같기 때문에, 하루 종일 고심에 고심을 더해 꾹꾹 눌러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Morning Energy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문장이어야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면서도, 방송을 기다려 준 고마운 청취자들이 하루를 시작하면서 듣는 첫 문장이기 때문에, 곱씹어 볼 의미와 울림까지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여러 번을 지우고 고치곤 한다.


물론, 누군가가 남긴 한마디, 책 속에 등장하는 명언, 역사적인 순간에 감동을 준 한 마디 등을 찾아내, 작가로서 그 문장에 어울릴 법한 핵심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뿐인지라, 온전히 내 마음속에서 출발한 문장이랄 건 하나도 없는 거나 매한가지다. 다만, 그 이야기를 어떤 의미로 이어나가느냐, 너댓문장 안에서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 바로 이게 내 일이다. 여러 번 표현과 문장을 수정하고 방향을 틀어가며, 누군가의 하루에 힘이 되게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곤 하는 이유다.


다만, 그럴듯한 멋진 문장들을 써 내려가면서 나에게 생긴 부작용이 있다면 우스울 노릇이다.


'듣기 좋고, 득이 되며, 힘이 될 거라고' 판단해, 원고의 첫 줄을 채우는 나와, 실제 문장 사이의 멀고 머얼고 머어어나 먼 '괴리감'. 내가 공감하고, 누군가 또한 공감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멋진 문장들처럼,


과연 나는 잘 살고 있을까.


도전, 긍정, 시작, 친절, 정의, 변화, 극복, 의미, 우정, 가족, 사랑, 성실, 진심 등 누가 들어도 반박하지 못할 좋은 가치들을 나누고 전한다고 믿지만, 그런 말을 실천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마치 오프닝과 내 삶의 괴리감 사이에서 당혹스런 나처럼, 혹시나 누군가에겐, 내가 전하고자 했던 긍정의 메시지가 좌절이나 아픔을 가져다 주진 않을까.


누군가에게 힘을 주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 그런 이미지를 고수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주파수 너머의 타인에게 '긍정의 힘'이라는 미명 아래,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치고 힘들어서 일어설 용기조차 없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할 수 있고', '오늘도 분명 좋은 날'이 될 거라는, 희망을 주입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럴 때면, 주파수 저 너머의 누군가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멋지고 힘 있는 문장일수록, 한없이 날카로운 칼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스러운 마음.




2 1, 2022 음력 1 1, 진짜 새해 첫날의 오프닝 문장을  내려가면서, 이런 고민들을 이어 오던 2021년을 멀리 띄워 보내고, 걱정을 멈춰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프닝 문장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건, 그저 내 생각이고, 그 문장을 되도록이면 선한 영향력이 되게끔 완성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뿐, 전파 너머로 청취자의 귀와 마음에 가닿는 모습까지, 내가 생각했던 똑같은 모양이길 바라는 게, 헛된 욕심, 혹은 망상일 수 있다는 걸 알 것만 같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오프닝 문장에 진정성과 힘을 담아, 누군가의 '아침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구성하겠다는 마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단지 듣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충분히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줄기를 든든히 담아내는 문장, 딱 거기까지가 나의 일일 뿐, 청취자의 공감과 해석의 결과까지, 내가 소망하는 방식대로여야 한다는 'should'는 2021년이라고 크게 쓰인 수납함 속에 넣어, 눈앞에서 치워버리기로. 그런 생각에 얽매이거나 나를 옥죄는 식으론, 2022년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알 것만 같기에.



“Whatever happened yesterday, forget about it. Get a new perspective. Today is a new day. Fresh start, begins now.” 


“어제 무슨 일이 있었건, 잊어라. 새로운 관점을 가져라. 오늘은 새로운 날이니까. 진짜 새로운 시작은, 지금부터다.” - Germany Kent



이제 진짜 새해니까.
다시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날이니까.

이제 진짜 새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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