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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Apr 27. 2018

7. 칠전팔기에 꼭 필요한 것

잊어버려. 다 지난 일인 걸.

어느덧, 인생 이야기의 7번째 글이다. 내 창의력이 부족함인지, 어줍잖게 교훈이라도 주고 싶어서였는지, 7이라는 숫자를 보면서 떠올렸던 제목이 '칠전팔기'였던게, 제목을 짓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왠지 조금 부끄럽게 느껴진다. 허나, 꼭 근자의 일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나 나의 일상 속에서도 벌어지는 '수많은 넘어짐'이 과연 우리의 발목을 어떻게까지 잡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 꼭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부끄러운 제목을 이렇게라도 펼쳐내는 것이,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숙명처럼 느껴진다.


넘어지는 게 당연한 인생

단 한번이라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을 본적이 있던가. 나는 단연코 없다. 그게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는 일이건, 친구들을 몽땅 이끌고 찾아간 맛집이 망해버렸던 일이건, 중요한 시험에서 낙제를 한 일이건,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망쳤던 일이건, 우리 인생은 정말 수많은 '넘어짐'으로 가득차 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살을 찌우고, 어느샌가 목과 허리힘을 길러 뒤집기를 시작하고, 마침내 우뚝서 '걸음마'를 시작한 후에라도, 아이는 수만번의 뒤뚱거림과 넘어짐을 통해, 다시 넘어지지 않는 법을 몸으로 배운다. 물론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걷기를 연습한 아이도, 언젠가 또 넘어진다. 단지 넘어지지 않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지며 자랄 뿐이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넘어진다. 예상치 못한 일들에 좌절하고, 당황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안되는 일은 어찌해야 할까. 모든 시험에 모두가 합격하고, 취업 인터뷰에 모두가 당당히 붙어 승승장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애의 실패, 친구와의 다툼, 가족간의 불화, 여행지에서의 길을 잃는 것까지. 생각해보면, 실패와 좌절은 마치 우리 삶속 어느 한 구석에 빼낼 수 없는 '조각처럼 박혀' 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당장 한시간 뒤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게 인간인데, '생소하고', '처음 겪는 일에서도'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미리 '설계'라도 되어 있다면 좋겠건만, 어디 인생이 그렇던가. 익숙한 일이라면 응당 잘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도 어떨땐 물거품만 같다는 걸 우리는 느껴본 적이 있다. 수만번의 연습을 거쳐 간신히 일어서는 아이도, 언젠가 또 다시 뒤뚱거리며 넘어지는 세상에, 더 어려운 일, 더 복잡한 일,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을 '어른이라는 미명 하에' 억지로라도 해내야 하는 삶에, 좌절과 실패,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을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모두 평생 '뒤뚱거리며' 산다.

넘어질 때 꼭 가져야할 마음가짐

이렇게 넘어지는 우리가, 어차피 넘어져야 한다면, 그렇게 넘어지면서 꼭 생각해야 할 것은 첫째, 왜 넘어졌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일이다. 왜 내가 이런 실수를 했을까, 어떤 이유로 그랬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분명 이유가 있다. 아니다. 사실 '나에겐'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단, 온전히 모든것이 나의 탓이 아닐 수 있다는 것만 잘 구분해 내는 연습을 한다면, 설사 넘어지더라도 거기서 오는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아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가만 보면 우리는, 너무나 우리를 혹사시키곤 하지 않나.


둘째, 이미 넘어졌다. 그렇다면 일어날 생각을 해야 한다. 넘어진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가고 싶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무릎을 붙잡고 다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는 오롯이 내 의지의 문제로 남는다. 정답은 하나다. 이미 넘어졌다는 사실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잊어야' 한다. 다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생각하고, 넘어졌다는 과거만 잊도록 노력하자.  


넘어짐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 일이 아니란것만 생각하고, 영화 [신과 함께]에서 나온 대사처럼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면 된다.과거는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관계를 되돌릴 수 없고, 이별을 되돌릴 수 없고, 파괴를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실패와 좌절의 편린들이 그저 '과거'라는 사실을 되돌릴 수 없단 말이다. 그러니까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나간 과거에 발목을 맡긴채 나아가려 노력하지 않으면, 과거의 조각들이 영원히 내 심장과 폐부를 찌르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다.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일

우리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 장식장 한 가운데 가만히 놓인 조각에 먼지가 쌓인다.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켜켜이 쌓인 먼지는 나중엔 '구름먼지'처럼 거북한 '뭉텅이'가 되어버린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방청소를 하며 놀라곤 한다. '아, 이 많은 구름 먼지를 내가 먹고 있었구나.' '넘어졌던' 과거가 바로 그런 거다. 케케묵은 먼지. 별 생각하지 않고 놔두면, 구름먼지처럼 우리를 '식겁'하게 하고, 건강을 위협한다. 버리지 못한 과거가 이렇게까지 오래 묵게 되면, 그것은 결국 마음과 몸을 모두 해한다. 그래서 '넘어졌던 과거'를 '케케묵은 먼지'처럼 여기고, 재빨리 털어버려야 오늘이 상쾌할 수 있다. 3년전, 5년전, 10년전의 실수를 '털어버리지 않으면' 구름먼지는 더욱 더 커져 결국 내 목을 조여온다.  


이불킥은 이불킥일 뿐, 그 무엇도 되돌릴 수 없다

살면서 이불킥 한번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너무나 엉뚱한 대답을 했던 게 떠오른다. 그것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너무도 생생하게. 사람이 꽉 차 있던 버스에서 넘어져 본 기억, 중요한 회사 발표에서 버벅거려 얼굴이 새빨개졌던 기억, 중요한 이벤트에서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던 기억, 결혼식 사회에서 적절치 못한 농담을 해서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던 기억, 꼭 따고 싶었던 자격증 시험에서 낙제를 했던 기억, 가족에게 폭언을 퍼부었던 기억들... 모두가 5년, 10년, 15년, 심지어 20년이 넘었는데도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나만의 '이불킥' 주제들이다. 그 되돌릴 수도 없는 '먼지'같은 기억들에서 나는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 수많았던 넘어짐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가슴 한켠이 저릿저릿한 느낌으로 침대를 뒹굴거리다보면, 사실 나 말곤 아무도 기억하지도 않을 '먼지' 같은 일들에 나만  이토록 온 에너지를 쏟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안심하라, 누구나 넘어진다

누구나 넘어진다. 실패한다. 좌절도 하고 실망도 한다. 다만, 안심하라. 정말이지 '누구나 넘어진다.' 나만 넘어지는 것도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누구에게나 캔버스에 예쁜 노란색을 덧칠해 버리고 싶은 '아찔'한 기억들이 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런건가'라고 별거 아닌 과거의 먼지들을 '드라마타이즈Dramatize'하고 나 자신을 '빅티마이즈Victimize' 해가며, 자신을 고문하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


오늘을 잘 사는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내일을 걸어나가는데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그저 서두에서 말했듯 '다시 넘어지지 않으려면 가져가야할 교훈'에만 집중하고, 그 교훈을 배웠다는 사실에만, 그래서 내가 한뼘은 성장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된다. Okay, lessons well learned, then let's move on. 이 태도를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 많은 실패를 하고도 '결국 누가 일어서느냐'

나는 운이 참 좋게도, 수많은 실패를 하고서도 일어날 수 있었다. 내 스스로를 오랜시간 다독여 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들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분노를 삭히지 못한 때도 많았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고,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공황장애를 이겨내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다만, 그 기간들을 견뎌내고 현재를 살아보니 드는 생각은, 대장간에서 무쇠를 달구듯이 두드려 맞았던 내 과거들 덕에, 나는 조금은 성장했고, 아픔과 상처에 무뎌졌으며, 지난 날보다 좀 더 지혜로워질 가능성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쨍쨍'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려 맞았던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무쇠처럼 강한 칼이 아니라, 툭하고 건드리면 깨져버릴 얇은 유리 꽃병처럼 살아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내일 또 넘어질 것이다. 그렇게 또 넘어지더라도, '아 대체 왜 내게 또 이런 시련이......'보다 '어떻게 해결하는게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될까'를 집중할 수만 있다면, 현재에 집중하는 그 용기와 힘으로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

나는 일어설 수 있는가.

인간은 기억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잊을 수 있다는 축복도 함께 받았다. 그러므로 잊어라. 과거는 케케묵은 '구름먼지' 같은 것이다. 내 마음과 건강을 위협하기 전에 어서 쓱쓱 털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꽁꽁 묶어 멀리 내놓자. '나는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인가'에만 집중하자. 어떻게, 언제, 무엇을 해야 하나만 생각하자. 


물론, 너무 힘들어 당장 일어날 수 없을 때도 있다. 인생의 시련이 마치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잖는가. 진짜 죽을 힘을 다한다 하더라도 못 일어날 것만 같은 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못 일어난다고 해서 내가 '낙오자',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인생이 '거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라.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자. 처음 겪는 일인데 넘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분명한 사실은, 조금 더 참고,  생각하고, 좀 더 쉼을 가지며 '케케묵은 먼지'가 아니라 '나아갈 방향'에만 오롯이 집중한다면, '나는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손가락부터 시작해,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양팔과 양다리에 서서히 힘을 주고, 허리를 곧추 세우며, 머리를 들수 있다면, 그래서 '용기 근육'을 조금씩 키워 나갈 수만 있다면,


당신은,

그리고 나는


분명히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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