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몸매 개선을 이루었지만 아랫배-옆구리-뒷구리로 이어지는 튜브살을 정복하지 못한 나.크롭티는 너~~무 입고 싶은데, 먹는 것은 또 왜 그렇게 다 맛있는 거지. 돌아서면 먹고 싶고 다시 돌아서면 크롭티가 입고 싶고.
어쩌라고
춤 선이 잘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면서 귀여워 보이는 크롭티는 댄스에 입문한 여자사람에게는 로망이다. 전에도 썼지만, 거의 모든 춤 잘 추는 여자사람들은 크롭 상의를 즐긴다. 시원하게 드러나는 잘록한 맨허리는 아름답고 섹시하다. 아, 온라인 탑골공원 방송을 보며 감회에 젖는 세대들은 '배꼽티'라고 해야 더 잘 알아듣는다.
주 4회 필라테스 학원에 가지만, 따로 유튜브를 검색해 옆구리살 없애준다는 동작을 집중적으로 해보았다. 1kg짜리 아령을 들고 해 보았는데 택도 없는 것 같아 집안을 뒤졌더니 먼지를 뒤집어쓴 녹슨 아령이 하나 나왔다. 무려 6kg짜리. 남편이 아무것도 모를 적인 20년 전 샀다가 방치해둔 것이다. 그러다 삼일 만에 탈이 났다. 뒷구리쪽 근육 통증이 마치 심한 생리통처럼 와서 타이레놀을 몇 번이고 먹어야 했다. 아 무식해...
댄스 배우는 시간은 원래 저녁식사 후 시간이지만 가기 전에 안 먹어보았다. 먹으면 배가 더 나와 보일까 봐. 근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영상 찍는 날에 긴장해 에너지를 더 소모해서 그런가, 최종 연습에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고 막상 찍는 순간이 되니까 당 떨어져 다리가 후들거려고 머릿속이 멍해져 안 하던 실수까지 했다.
결국 내 몸매는 두고 심리적으로 합리화하는 길을 택했다. '누가 나한테 완벽한 몸매를 기대해? 어차피 나한테 별 관심 없다고!' 옆구리살은 원래 끝까지 남아있기로 악명 높잖아. 난 글렀어. 그니까 입고 싶은 거 입고 원이나 풀자.'
그런데 안 괜찮았다. 댄스학원의 거울은 정면과 측면 벽을 ㄱ자로 채우고 있다. 필라테스-요가 학원들은 일반적으로 정면 벽에만 거울이 있다. 평소 운동할 때 정면으로만 나를 대면할 때는 시각적 공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댄스학원에서 고개를 돌려 내 측면 라인을 볼 때마다 내 불룩한 배 라인에 깜짝깜짝 놀랜다. 맞다... 사람 몸은 3D였지. 종이인형이 아니었어.
그러다 우연히 내 맞춤형 솔루션을 찾았다.
딸이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학교 체육복을 버리겠다고 내놓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웠다. 수놓아진 학교마크랑 이름을 살살 긁어냈더니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걸 내 몸에 딱 맞게 리폼했다.
별거 아니고, 내 허리라인에 맞춤으로 접어 올려 두 군데만 집어 꼬맨 것이다. 보통 상의보다 짧아서 딱 내 허리라인에서 멈추되, 맨 허리살은 노출이 안 되는 딱 그 선에! 팔을 올려도 찝지 않은 부분의 접힌 곳이 펴지면서 거의 위로 딸려 올라가지 않는다. 몸의 비율도 좋아 보이고 옆구리살은 안 보여주면서 나름 잘록해 보이고... 와~~좋아좋아. 난 이제 운동복 상의를 다 꼬매버릴 기세다.
이것이 딸 중학교 체육복 리폼한 크롭상의(왼쪽 두 번째). 나도 선생님(앞 가운데)처럼 허리 드러나는 크롭티에 넉넉한 트레이닝 바지 입고 싶다고요.
원래 댄스 연습 의상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냥 편한 티셔츠에 츄리닝 바지나 레깅스처럼 움직임에 불편하지만 않으면 된다. 간혹 외출했다 그대로 가게 되어 살짝 불편한 의상이라도, 가져다 놓은 실내용 운동화만 갈아 신으면 끝이다. 아이돌들은 제복부터 시작해서 미니스커트며 하이힐까지, 온갖 불편한 복장으로도 추지 않는가.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키 작고 팔 짧고 다리 짧은 내 신체적 약점을 보완할 옷을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다이어트를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매주 세 번, 정면 측면 입체로(안무에 따라서는 뒤태도 보게 된다) 내 전신을 스캐닝하게 된다는 것은 몸매 관리에 많은 동기를 부여한다. 필라테스도 전에는 건강과 파워 향상에만 집중했었는데 지금은 예쁜 바디라인에 대한 열망으로 더 열심히 한다. 매트 필라테스 3년 차라 좀 느슨해질 수도 있었는데, 요즘 더 열정적으로하고 있다.
실제로 5개월 전 처음 도전한 수업 영상과 요즘 영상을 비교해 보면 몸무게는 1~1.5kg 정도밖에 안 줄었지만 훨씬 젊어 보인다. 진심 첫 영상에서는 아줌마스러웠다. 애들 틈에서 저게 뭐하는 짓이고, 싶은. 요즘엔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은 스타일도 그렇고, 몸매에 긴장감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세상에, 20대 때도 무심하게 방치했었던 난데.
사족을 덧붙이자면 통통한 것과 춤을 잘 추는 것과는 그닥 상관없다. 통통한 춤꾼의 사례는 소방차의 리더 정원관부터 H.O.T의 메인댄서 문희준, 슈퍼주니어의 리드댄서 신동까지 많다. 물론 이들도 전성기 때는 날씬족이었지만, 통통해진 후에도 실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살집 있는 여성들도 선입견과는 달리 놀라운 유연성에 육감적 웨이브를 잘 표현한다.
아이돌 댄스의 진정한 가치는 생기부여
나는 지난 2년 반 동안 필라테스로 8-9kg 정도를 감량해서 친구들이 젊어 보인다며 엄지 척을 해주었는데, 최근엔 그와 다른 뉘앙스로 생기 있어 보인다, 활력 있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고로 여자 친구들끼리, 혹은 남사친이 여사친에게 하는 칭찬의 80% 이상은 걸러야 하는 법이다. 근데 전혀 다른 맥락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유독 많이 들었다.
갸웃했다. 전보다 팔자주름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객관적으로는 피부 노화는 진행 중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expression'과 'attitude' 때문이었다.(왠지 '표정, 표현'과 '몸짓, 태도'이라고 하기보단 영어가 더 함축적인 것 같다.)
끼로 충만하며 예쁘고 멋지고 젊은 아이돌들의 뮤비와 무대 모습을 많이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표정을 흉내 내게 된 것 같다. 특히 밝고 긍정적인 표정을. 발라드나 힙합에서 슬픔, 괴로움, 절망, 분노, 비아냥 같은 어둡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표출한다면, 댄스음악에서는 밝고 긍정적 감정이 지배적이지 않은가!
나이가 들면 표정이 점점 단순해진다. 사교적인 미소는 늘 짓지만 단순하고 기계적일 뿐, 살면서 산전수전 겪다 보면 이젠 그닥 놀랄 일도, 즐거울 일도, 숨넘어가게 웃길 일도 없어져 무덤덤한 얼굴이 되어간다. 그런데 '극적인' 즐거움, 귀여움, 섹시함, 카리스마, 강렬함 이런 것을 표현하는 아이돌 댄스를 따라 하다 보니 나도 그런 표정을 짓고, 덩달아 감정이 따라간다고 할까?
40대 아줌마가 그거 따라 한다고 귀엽거나 섹시한 느낌 안 나는 것 맞다. 애교 안무라도 나오면 스스로도 가증스럽다. 하지만 그런 안무를 하면서 무표정으로 하면 더 이상해서 열심히 따라 했더니 얼굴 근육도 단련이 되는지, 어색하지 않게 그런 표정들을 짓게 되었다. (내 그래서 영상 공개를 꺼리는 것이다. 친구들이 토할까 봐)
얼굴 표정뿐이 아니다. 대화할 때 쓰는 몸짓이나 태도도 그렇다. 전에는 가만히 앉아서 입만 움직여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지금은 제스처나 리액션이 발랄해졌다고 할까?
필라테스나 요가 등은 수련할 때 무표정으로 한다. 아니, 힘든 걸 참아내느라 찡그린 표정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이 들은 내게 건강과 근육을 주고 체중감량도 시켜준 소중한 운동이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를 젊게 만들어 준 것은 아이돌 댄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씐나게 춤추러 간다. 가슴 두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