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서
어린 시절을 얘기해 볼까요
꿈이 뭔지를 묻는 질문만큼이나
자주 듣고 답하곤 했던 이야기
이젠 까마득한 기억 저편에서
꺼내어보는 나
그 어린 너
제대로 쓸 줄 몰라서
삐뚤빼뚤 연필을 움직이고는
뭔가 썼다고 기뻐하던 아이
하루종일 뛰어놀았지만
밥 먹으러 집에 들어오기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아이
소설 속 주인공과 친구가 되고
짧은 글로 마음을 끄적거리며
구름다리 한편에 머물던 아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마냥 부럽고 기다려지던
어른이 될 날만 기다리던 아이
그런 아이가 어느덧
어른이 된다
자기도 모르게
그리고 어른의 모습으로
어른의 생각을 하며
어른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어린 생각이 그리던
어른으로 살고 있는 걸까
누구에게 묻고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희미한 너를 불러 내어
나를 찾으려 하는
수많은 내가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아는 너만이
너를 아는 나만이
줄 수 있는 답을 향해
오늘도 나는
어린 시절
어린 나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