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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Oct 02. 2019

"나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어요"

[공공일호 사람들] 거꾸로캠퍼스 학생 배혜윤

공공일호에는 미래를 위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서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글, 사진 | 커뮤니티 매니저 우주


이번 #공공일호사람들 에서는 거꾸로캠퍼스 학생 블리를 만났습니다. 블리는 거꾸로캠퍼스를 ‘자유가 많이 주어지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성장과 발전이 달라지는 환경’이라고 소개해주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사랑스러운 미소로 들려준 블리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거꾸로캠퍼스 배혜윤(블리) ⓒ공공그라운드


거캠러 블리


안녕하세요 블리!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2월 18일에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한 16살 블리입니다. 본명은 배혜윤이고요. 

블리라는 별명은 ‘러블리’에서 따왔어요. 인간이 가진 매력 중의 하나가 사랑스러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배부르면 ‘배블리’잖아요. 성도 배 씨니까. (웃음) 그리고 ‘거캠러+블리’, ‘거캠+러블리’라고도 할 수 있어서 지었어요. 

* 거캠러: 거꾸로캠퍼스 학생을 뜻함

* 거꾸로캠퍼스 학생과 선생님들은 모두 이름 대신 별명으로 소통합니다.


거꾸로캠퍼스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부모님 추천으로 알게 됐고요. 배움장터에 2번쯤 와보고,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입학상담 받아본 후에 결정했어요.

처음 왔을 때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구나’ 정도만 느낄 수 있었는데요. 내가 이 학교를 와야겠다,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밤톨이라는 친구의 발표 때문이었어요. 너무 멋있었거든요. 저도 그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서 관심이 갔어요.

그리고 입학 상담을 받으면서 수선(김선수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씀이 감명 깊었어요. 제가 다녔던 학교의 선생님들과는 가치관이 달랐거든요.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항상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수선이 말씀하시길 ‘공교육에서 선생님들은 대학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수업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목적지가 굳이 대학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이 저한테 되게 크게 와 닿았어요.


프로젝트 준비 ⓒ배혜윤


수업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요?

(학기별로 두 개의 모듈이 있고) 모듈 주제는 '주제 콘테스트'에서 정해요. 각 모둠 별로 어떤 주제를 정해서 교과와 연결시키고요. 그걸 발표해서 가장 투표를 많이 받은 게 모듈 주제가 돼요. 이번 모듈 주제는 ‘한일 무역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에요. (너무 어렵네요!) 맞아요. 저는 수업하다가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모듈 주제에 따라 수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교과랑 연결하는 건, 이번 모듈 주제를 예로 들면, 수학에서 ‘무제’라는 게 참이랑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식이래요. 그래서 한일 무역전쟁에 관한 어떤 문장이 있으면, 이게 참인가 거짓인가를 수학 식으로 만들어요. 오늘 사회 시간에는 ‘한일 무역 전쟁에 대한 자기의 생각’, 또 ‘누구의 잘못인가’로 토론 했어요. 너무 어려워요.


입학해보니까 정말 상상한 대로 좋았어요? 상상과 얼마나 달랐는지 궁금해요.

정말 달랐어요. 제가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들어왔어요. ‘내가 여기에 오면 정말 밤톨같이 멋있게 변할 수 있을 거야’ 했는데. 정말 1 모듈 때 엄청 방황하고, 엄청 놀았어요. 그래서 개인 주제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심지어 발표 중에도 '내가 이 정도밖에 못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결과였어요. 2 모듈 때는 다행히 정신을 좀 차려서 괜찮았지만요.

내가 여기 오면 뭔가 더 잘할 수 있고, 내가 달라질 수 있겠지 했어요. 입학 자체를 기준으로요. 근데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해야 되는 노력은 같고, 내가 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똑같다는 것도 알았어요. 


* 거꾸로캠퍼스 일상 모습은 인스타그램 (@wearefcnll) 에서 더 보실 수 있어요.


2019년 2 모듈 배움장터 발표 ⓒ배혜윤


노력하고, 생각하고, 깨닫는 사람


1 모듈 때는 방황했다고 했는데, 2 모듈 때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나요?

1 모듈 때 놀면서 이렇게 변명했어요. ‘나는 이걸 처음 하니까 아직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못하니까 논거야.’, ‘처음 하는 건데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 근데 이 마인드가 애초에 잘못됐던 거죠. 왜냐하면 처음이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처음이라서 노력해야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2 모듈 때는 똑같이 방황이 있었지만, 차라리 인터뷰를 한 명이라도 더 한다든지, 책을 하나라도 더 읽는다든지. 이렇게 보냈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크게 관심 있는 분야도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몰랐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1 모듈 때도 주제 선정을 잘 못했고요. 주제 선정을 못한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보니까 항상 주제 선택을 진로와 엮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꿈이나 직업이랑 연관이 있어야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쉽게 못했던 건데. 2 모듈에서는 내가 배우고 싶고, 알아보고 싶은 주제로 해보려고 그때 관심 있었던 분야로 정했어요.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 좋아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프로젝트가 좋고 힘들었어요. 너무 좋기만 한 프로젝트는 없었는데, 그래도 2  모듈에서 만들었던 E-Book이 제 결과물 중에서는 스스로에게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그때 정말 많이 배웠던 게 ‘준비한 만큼 나온다.’ 진짜 크게 깨달았어요. 2 모듈에서는 ‘사람들이 피어싱을 왜 할까’라는 주제였는데. 대본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웃음) 많은 것을 깨달았죠. 


블리가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 ‘아침먹자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학생들의 건강한 아침을 위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예요. 달걀, 두유, 도넛 같은 음식을 판매해요. 가끔 특별 메뉴로 초콜릿 우유, 바나나우유도 나와요. 편의점보다 싸서 친구들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친구들이 아침먹자 하는 걸 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그래서 유미 쌤이 모집한다고 하셨을 때 “저요!!!” 하고 참여했어요. 머리 쓰는 거 못해서 일부러 음식 옮기거나 정산표 바꾸는 것만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정산 주기가 일주일인데 정말 돈을 안내요, 정말 정말. (웃음) 제가 독촉을 해야되는데, 그래도 진짜 돈을 안내더라고요. 유미 쌤도 되게 힘들어하시고. (웃음)


지난 배움장터, '명예와 부' 부서 활동 ⓒ배혜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블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명예와 부’ 부서장인데요. 제가 부장을 처음 해봤는데, 저번 주에 많이 깨달았던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공지를 해야 할 때 부족함이 조금씩 보였어요. 설명이 충분히 안됐다던가, 스스로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말을 해서 듣는 사람도 이해를 못한다던가. 친구들이 ‘이거는 어디서 하냐’, ‘이거는 어떤 거냐’ 하는 질문을 계속 했고, 다른 부원이 공지를 한번 더 올렸어요. 부장이 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한 것 같았어요.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명예와 부’ 부서라는 이름이 특이하네요. 무슨 활동을 하나요?

돈 버는 부서예요. 저희가 배움장터 때마다 5층에서 음식을 판매했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했는데, 이번에 제가 하고 싶었던 기획은 ‘좀 더 가치 있는 걸 팔아보자’ 였어요.

떡볶이 같은 음식은 한번 먹으면 사라지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의미 있는 소비를 하도록 기획해보고 싶었거든요. 큰 수익이 없더라도요. 이번에는 쿠키 만들 때 초코펜으로 글씨를 쓴다던지, M랩에서 배우는 3d 프린터로 거꾸로캠퍼스 굿즈를 만든다던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알아가고 있어요


학교 생활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알려주세요.

제가 저번 배움장터에서 개인 주제 발표할 때, 제 앞에 지금 신입생으로 들어온 아지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거캠에 어떤 학생이 들어왔으면 좋겠냐’고 질문했어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싶은 학생이면 좋겠다고 했어요.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해보고 싶은 사람이 들어온다면 그 사람은 목표가 나에 대해서 탐구하는 게 되잖아요. 그러면 기존 학교 때보다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근데 이번 모듈 시작하고 와보니까 (아지가) 들어와 있는 거예요! 근데 신입생 중에 저를 본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제 목표 중 하나가 절 보고 거캠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밤톨처럼. (웃음)


블리와 거캠러들 ⓒ배혜윤


거꾸로캠퍼스를 다니기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우선 선생님이 수업을 한다는 건 똑같은데, 듣는 입장, 그러니까 학생의 입장이 달라요. 일반 공교육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을 갖고 오셔서 쫙 말씀하시고, 수업종 땡 치면 나가는 시스템이었다면. 여기는 학생들한테 피드백을 받고, 학생한테 맞춰서 수업을 바꿔주실 수도 있어요. 선생님들만의 생각이나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게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전에는 항상 공부를 열심히 했고, 인간관계에 지쳐있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도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었고요. 나를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요. 


블리가 생각하는 사랑스러움은 뭔가요? 본인의 사랑스러움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편안함? 사랑스럽다는 의미가 이 사람이 예쁘다, 귀엽다는 의미보다 그 사람 자체를 얘기해주는 거잖아요. 단지 겉모습의 예쁨, 사랑스러움이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제가 허당미가 많아요. 애들은 귀엽다고 봐주긴 하는데 스스로는 아침먹자 프로젝트나 부서 활동 같은, 어떤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항상 맘에 걸렸는데. 주변 사람들은 좋게 봐주고 ‘너의 매력이 될 수도 있다’고 해줘서 그게 제 사랑스러움이 아닐까 해요. (웃음)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된 후로 어떤 꿈을 꾸게 되었나요?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사실 개인 주제 프로젝트를 해나갈 때마다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거고, 이 과정이 또 하나의 좋아하는 분야를 찾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스스로 알게 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확실한 목표가 없는데, 그래도 거캠을 나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학교를 나갔을 때 바로 시행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한 개 더 있어요. 저는 거캠 나가기 전에 헤드(학생 대표)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경험, 로망이에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전이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라고 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 후에도 스스로에게 만족스럽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요. 조금 더 나은 '나'를 꿈꾸는 블리와 거캠 친구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다!


* 거꾸로캠퍼스 졸업생 밤톨 인터뷰 (링크)

* 거꾸로캠퍼스 교장 이성원 선생님 인터뷰 (링크)
* 거꾸로캠퍼스 운영주체 미래교실네트워크의 콘텐츠 매니저 정유미님 인터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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