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테리언니 백예진 Jun 14. 2024

몸도 마음도 건강한 워킹맘이 되려면? 아무튼, 루틴!



아직 현업에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종 보거나 들을 때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체력이 도무지 예전 같지 않다”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자 현장과 사무실, 집을 바삐 오가며 살아온 나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30대 후반이다. 이즈음 되니 지난날엔 피식 웃으며 흘려들었던 선배들의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늘 해오던 일들인데 해가 거듭될수록 확실히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게 느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 해결법은 일상에서도, 업무에서도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평일 오전 7시. 알람을 끄자마자 가장 먼저 침대 맡 탁상에 놓아둔 미지근한 물을 천천히 마시며 몸과 정신을 서서히 일으킨다. 출근 준비를 하고 아래 부엌으로 내려가 비타민과 유산균 등 필수 영양제를 챙겨 먹은 뒤, 아이들 방으로 가 아이들을 깨워서 등교 준비를 시키고 부엌에서 과일과 시리얼로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식사 자리를 정리하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나 역시 회사 사무실로 출근한다. 



회사 대표로서 보내는 한 주는 매일 다른 일들의 연속이다. 잠시 사이에도 일들이 우수수 쏟아지므로 어떻게 정리해서 수행해 나갈지에 초점을 두어 루틴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오전에는 설계팀 정기 회의가 있다. 팀원들과 함께 지난주에 진행된 업무 상황 전반을 훑고, 금주에 처리할 업무와 프로젝트들을 분야별로 분류한 뒤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가능한 한 계획을 촘촘하게 세운다. 화요일에는 격주로 진행하는 유튜브 촬영 스케줄이 3시간가량 잡혀 있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제작진과 지난 영상들에 관해 상호 리뷰를 하고, 앞으로 소개할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간의 중반인 수, 목요일엔 주로 시공 진행 중인 현장 두어 군데에 직접 방문해서 현장 반장님들과 함께 크고 작은 사항들을 점검하고, 작업 시의 애로사항들을 확인하는 편이다. 짬이 나면 클라이언트를 만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사무실 업무를 대략 마친 금요일 오후에는 새로운 수입 자재와 가구를 보러 논현동에 들르거나, 인상적인 레퍼런스가 될 만한 공간들을 찾아다닌다. 이 루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일의 업무들을 리스트업 하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 역시 필수다.  



물론, 사업 초창기의 나를 되돌아보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루틴 없이 일한 세월이 더 길었다. 5~6년차까지만 하더라도 기획과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마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장인의 정신으로 아주 오랜 시간을 들였다.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수없이 많았다. 완벽주의와 열정으로 임했지만,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았다. 완성도에 너무 매달린 탓에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해서 뼈 아픈 후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적도 있었고, 번아웃 증후군에 깊이 시달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대단한 기획이나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그려놓은 기획과 디자인을 루틴대로 착착 진행해 기한을 맞춘 이후에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 더욱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또, 나 홀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 애쓰면 외려 일이 더뎌지고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과업량과 문제를 팀원들에게 즉시 공유해서 각자 역할을 분업하고 루틴대로 이행하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루틴이 있어야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고,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몸의 건강을 더 증진시키기 위해 부쩍 노력 중이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주 2회 정도는 퇴근 후 개인 운동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운동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끔 너무 가기 싫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응석을 부릴 때도 있지만, 결석만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늦은 밤에는 남편과 산책을 하거나 간단히 조깅을 하며 둘만의 시간을 짧게라도 보내고, 자정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7시간 이상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암막 커튼과 아로마 가습기가 숙면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 공간 디자인 업계 환경상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생활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의아해 하거나 놀라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답이야 각자 다를 테지만,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워킹맘이 되어 현장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루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어김없이 운동하러 가기 싫어지는 오늘, 나를 달래는 마법의 주문을 욀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워킹맘이 되기 위해, 아무튼, 루틴! 

이전 15화 아파트 인테리어 회사에서 디자인 회사로 리브랜딩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