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 어디든 길은 열릴 테니까
지난 4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렸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27편의 글을 연재했다. 어릴 적부터 학창 시절, 대학 시절, 창업을 하고 결혼과 출산을 거쳐 대학원을 진학하고, 유튜브라는 도전을 감행하고, 또 다른 새로운 길로 들어서고자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일대기라고 말하기엔 거창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나 자신과 함께 살아온 서른여덟 해의 삶 속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들을 복기하며 ‘더 깊숙한 나’를 한 꺼풀씩 벗겨 보여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지난 이야기들과 두서없이 얽혀 있는 생각을 글자로 정갈하게 정리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고 버거워 포기하고 싶은 때가 종종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하다는 생각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지난 글들을 한 편씩 찬찬히 곱씹어 보았다. 철저한 계획이나 대단한 신념으로 끌어온 인생은 아닐지라도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을 감사해하며 열심히 달려왔구나 싶다. 해오던 것만 잘해도 충분함에도 모르는 것들을 여전히 가열하게 궁금해하고, 늘 새로이 배우고자 하고,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삶을 추동해 가는 내 안의 호기심과 끈기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토닥이고 싶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하자고 부탁하고 싶다. 너희들이 나를 성숙하게 하고, 가장 나 다운 나를 만든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명인도,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멘토도 아닌 백예진이라는 평범한 개인의 이야기를 누가 읽어주려나. 읽을거리와 본받아야 할 삶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과연 있으려나 염려한 적도 있었다. 너무 솔직하게 썼나,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은가 싶어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날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요새 브런치 잘 읽고 있어요”라거나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응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힘이 돼 주었다. 그 응원들 덕에 끝까지 나답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마무리까지 잘 끝낼 수 있었다.
역시 뭐든 일단 시작하면 어디로든 길이 열린다. 나의 삶을 관통하는 한마디이자, 동시에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연재글들을 읽어주신 많은 독자께 마지막으로 건네고 싶은 한마디이기도 하다. 아주 어둡고 컴컴해 보이는 길일지라도, 내 안의 작은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조심조심 한 걸음씩 꾸준히 걸어 나가면, 일단 그렇게 앞으로 걸어 나가면 기적적으로 길은 점점 밝아진다. 그리고 갈랫길이든 대로든 어딘가의 또 다른 길로 가 닿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어 나가다 보면 어느 날에는 서로의 길이 연결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길 위에 선 우리가 언젠가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그때까지 모두들 ‘내 안의 작은 촛불’을 꼭 지켜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