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엄마(아빠)'라는 오답

by 다시 자라는 어른

1. 단어의 탄생, 세계의 확장

아이의 입술이 달싹거리기 시작할 때, 집안의 모든 공기는 그 작은 입모양에 집중된다. '음, 므, 아...' 정체 모를 옹알이가 어느 날 선명한 두 글자로 매듭지어지는 순간, 부모의 세계는 거대한 빅뱅을 맞이한다.


처음으로 "엄마(아빠)"라고 불러주던 날,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 두 글자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아이에게 유일무이한 우주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공식적인 고백이었다.



2. 모든 이름은 너에게로 통한다

아이는 단어를 배워가며 세상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분류법은 사전의 정의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다정함과 따뜻함은 하나의 단어로 수렴되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노란 꽃을 보며 아이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엄마!" TV 속에서 환하게 웃는 인형을 보며 또다시 외쳤다. "엄마!" 심지어 맛있는 간식을 입에 넣어줄 때도,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줄 때도 아이의 입에서는 같은 단어가 터져 나왔다.


학습의 관점에서 보자면 명백한 '오답'이었다. 꽃은 식물이고, 인형은 사물이며, 간식은 음식이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이 '엄마(아빠)'라는 단어와 동의어였던 모양이다. 나를 부르는 그 오답들 속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정답보다 더 깊은 진실을 마주했다.


3. 오답이 가르쳐준 눈부신 진심

"아니야, 이건 꽃이야. 이건 인형이고." 처음엔 조급한 마음에 정답을 가르치려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이는 단어를 틀리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내뱉고 있다는 것을.


아직 표현의 한계에 갇힌 아이가 '예쁘다', '기분 좋다', '사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아이가 꺼내 들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카드가 바로 나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치의 기준이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정정해 주려던 입술을 멈추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응, 맞아. 이것도 엄마(아빠)만큼 예쁘네."



4. 가장 아름다운 오답 노트를 쓰며

성장한다는 것은 정답을 늘려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이제 아이는 꽃을 꽃이라 부르고, 인형을 인형이라 부른다. 예전처럼 엉뚱한 곳에 내 이름을 갖다 붙이는 실수는 줄어들었다.


정답을 맞히는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가끔은 세상 모든 예쁜 것들을 나라고 불러주던 그 달콤한 오답의 시절이 그립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아이는 말로 다 담지 못하는 진심을 눈빛으로,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길로 전하고 있으니까.


나는 오늘도 아이의 오답 노트를 가슴에 새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나로 통했던 그 눈부신 착각의 시간들을. 비록 사전에는 틀린 답일지 몰라도, 내 생애 가장 완벽하고도 사랑스러운 문장이었음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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