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집으로 온 첫날, 우리 부부는 마치 시한폭탄을 다루는 초보 전문가들처럼 조심스러웠다. 병원과 조리원이라는 거대한 보호막을 벗어나 오롯이 우리 셋만 남겨진 거실. TV 소리도, 음악 소리도 꺼진 집안에는 아이의 불규칙한 숨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가전제품의 기계음만이 공허하게 맴돌았다.
아이를 눕혀놓고도 나는 한동안 곁을 떠나지 못했다. 기저귀를 가는 법, 속싸개를 싸는 법을 유튜브로 수십 번 돌려봤지만, 막상 마주한 아이의 몸은 너무나 가냘퍼서 손끝만 닿아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나의 커다랗고 투박한 손바닥이 이 작은 생명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이 차올랐다.
새벽 3시. 몽롱한 정신으로 아이의 칭얼거림에 눈을 떴다. 수유를 마친 아이를 트림시키기 위해 어깨에 기댄 채 거실을 서성였다. 창밖에는 새벽안개가 깔려 있었고, 세상은 모두 잠든 듯 고요했다. 나만이 이 거대한 고립의 섬에 갇힌 기분이었다.
이제 내 삶의 주도권은 더 이상 나에게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잠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던 그 당연했던 자유들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 같아 묘한 상실감이 스쳤다. 그때였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아이가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아주 작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낡은 티셔츠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것은 다섯 개의 작은 손가락이었다. 덜 자란 손톱은 조개껍데기처럼 투명했고, 마디마디는 갓 구운 빵처럼 올록볼록했다. 아이는 무의식중이었겠지만, 그 손길은 마치 절벽 끝에서 유일한 생명줄을 잡은 것처럼 간절하고 단단했다.
그 순간, 내 심장 언저리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어쩌면 견고하게 연결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 이 아이는 나를 믿고 있구나.'
말 한마디 못 하는 이 작은 존재가 온몸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너의 세상이라고, 내가 너의 유일한 안전지대라고. 내 옷자락을 붙잡은 그 작은 갈고리는 나의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막연한 두려움을 단번에 낚아챘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이의 손가락이 내 옷감을 짓누르는 감촉이 전해질수록, 억눌렸던 피로감 대신 이상한 안도감이 차올랐다. 나를 옥죄던 육아의 무게는 이제 더 이상 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온전히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생애 처음 맛보는 '거룩한 구속'이었다.
나는 아이를 좀 더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아이의 체온이 내 심장으로 전이되었다. 낡은 티셔츠는 아이의 손길에 구겨졌지만, 그 주름 하나하나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늬가 새겨지고 있었다.
어스름한 새벽빛이 거실로 스며들었다. 내 옷자락을 붙잡은 그 작은 손이 나를 아빠라는 낯선 땅으로 이끌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그 손에 이끌려 가기로 했다.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포로가 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