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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의 역할

스타트업 팀을 보면 COO를 자주 봤는데... 도대체 COO는 뭐지? CEO, CFO는 확실하게 알겠는데~ (처음엔 숫자 0이 두개 붙은지 알았다 ^-^ )


COO는 Chief Operation Officer?

한국어로 번역하면 운영 총괄? 


도대체 무슨 업무를 하는 걸까? 그 산업마다 하는 역할이 다른 것일까? 


결국 운영...이라는 것.. 대표가 할 수 있는 일 빼고 다 하는 게 운영 책임자의 업무인 것 같다. 


현재, 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쳐 그 스타트업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와서 게임 스타트업을 차렸고 그 안에서 COO 역할을 맡게 되었다. 

C레벨이 붙어서 좋은데 COO는 무슨 일을 해야하는 거야?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이 들었다. 물론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모든 잡일을 해야겠지라는 생각이었다. 

"1가지의 가슴뛰는 일을 하기 위해 20가지의 하기 싫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나는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그리고 그 사업 계획서를 바탕으로 투자유치를 이뤄냈을 때는 짜릿한 기분마저 들었다. 특히 스타트업이 보통 중소기업과 다른 점, 바로 Disruptive Innovation (파괴적 혁신)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런 혁신을 세상에 만들어낼 것을 생각하고 그 조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하루하루는 참 빠르다.. 그 이유는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수많은 잡다한 일.. 그리고 그 속에서 우선순위도 계속해서 체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을 유기적이라 어딘가에 병목현상이 나타나면 나로인해 다른 직원들이 손놓고 일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을 찾아서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스타트업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회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대기업에 다니고 스타트업의 팀장으로 있어도 결국 내 앞에 놓인 일만 보면 되었기에 일은 많이 했고 커리어는 쌓였겠지만 진정으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COO가 되어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4달차에 아직도 갈길이 한참이다만은....) 


첫째,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B2B이든 B2C이든, 디자이너든 영업이든 어떤 포지션이든 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구성원이다. 많이들 이야기하겠지만 진정으로 이것들이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Lean하게 가다보니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역할들을 해내야해서 이것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스타트업을 투자하게 된다면 경영진이 아닌 그 팀에 있는 팀원들을 만나보고 싶을 것 같다. 그 팀원들이 그저 회사를 하루하루 일을 해내고 가야하는 곳이 아닌 배우고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있는 회사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보이지 않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항상 청소되어 있던 사무실, 예쁜 인테리어와 정돈된 회의실, 친절하고 실력있는 동료들, 월급날이 되면 통장에 정확하게 꽂히던 월급들, 출장을 다녀오면 경비 지급, 연차가 되면 직급이 올라가는 걸 챙겨주던 회사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그런 걸 챙겨줄 여력이 없다보니 운영을 맡아서 하는 COO가 다 하게 되더라... 정말 청소까지도 말이다. 



"사람이 다 내 맘 같진 않더라"


아마 스타트업에 다니시는 분들에게 "초기에 가장 힘든게 뭐에요?" 물어보면 아마 

"채용"

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일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인데 좋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으니... 아무리 우리의 비전을 이야기해보고 싶어도 그럴 기회마저 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처음에 채용을 하기 위해서 정말 회사의 웹사이트도 잘 꾸며보고 회사생활 관련된 유투브도 찍어보고 채용 페이지에 온 정성을 다해 글도 써보고 참 많은 것들을 했다. 


그리고 다양한 분들을 면접 봤는데 최근에는 이런 경험도 있었다. 디자이너를 뽑았는데, 경력이 우리가 원하는 경력을 갖고 있고 포트폴리오가 나쁘지 않아서 뽑기로 결정했다. 연봉도 희망하는대로 다 맞춰주기로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제가 다른 면접이 더 잡혀있어서, 다음주에 면접들을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였다. OK! 그리고 그 다음주, 그 분은 우리에게 우리 회사에 조인하겠다고 확답을 주셨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계속 그분이 휴가고 그 회사의 대표님이 휴가라 좀 시간이 걸리더니 그 회사에서 계속 자기를 못 그만두게 한다는 것이더라... 그래서 내게 그 회사의 대표에게 전화를 해 줄 수 없냐고... 그래서 그건 안되고 그 회사에 지금 가려는 회사는 연봉을 이렇게 상승시켜주니 그만큼 주실 게 아니면 보내달라고 말씀 드리라고 조언을 해드렸다. 


하지만 왠걸?!. 그 회사에서 연봉을 맞춰주기로 했단다..


그래 잘 되었다.. 그런데 그분. 내가 전화를 하기 전까지 이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고, 그 분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인 우리는 3주의 시간을 버렸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제대로 없었고 본인 연봉이 올라서 잘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그 분을 보면서 참 별사람 다 있구나 싶었다. 


채용 뿐만이 아니다. 채용을 하고 나서도 직원분들때문에 문제를 많이 겪게 된다. 그만두면서 본인이 해놓은 작업물의 편집 가능한 파일을 다 지우고 그만두는 분도 봤고, 스타트업이 경영진도 다 젊다보니 부장님하고 논쟁이 있었다고 대표님한테 직접 가서 이야기하는 사원분도 봤고 내가 리틀꼰대인건지 참 내 맘같지 않던 직원분들을 많이 봤다. 



"초기에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누구의 담당이어야 할까?"


원래 서비스의 기획이라면 기획자가 하는 것이 맞겠지? 그런데, 스타트업은 아닌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시스템 또는 소프트웨어라면 그 큰 맥락은 대표님 아니면 그 경영진들이 제시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기획안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직 그 회사는 채용을 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큰 아이디어 정도는 경영진들이 이미 갖고 있었지만 세부안들을 기획하기 위해 기획자들을 채용했다. 이 때부터 스무고개가 시작되었다. 기획자들은 그 대표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무엇일지 그리기 위해 스무고개하듯 그 정답을 찾아가려고 했고, 유저를 생각하며 유저들에게 먹힐만한, 진짜 시장에 먹힐만한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것이 아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기획자는 세부 상세안을 기획하는 것이고 스타트업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시장에 수요가 있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렇다면 처음에 회사를 시작한 경영진들이 이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래서 나는 요즘 다른 게임들을 분석해보면서 기획서를 쓰는 업무도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유저들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원초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왜 이 UI가 더 좋은지 어떤 UX가 편한한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조인하기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업무인데 어찌보면 스타트업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업무인 기획을 COO도 참여하게 된다. 왜냐면? COO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만능이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그럼 나의 Specialty 는 뭘까?"


사업계획서를 써서 투자유치를 만들어내고, 사업들에 대해서 내가 생각한 가설들이 맞을 때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이 업무들은 나의 하루 일과중 아주 작은 포션이고 매일매일 새로운 업무와 잔잔바리 업무들을 쳐내간다. 회사가 단기간에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이러면서 뿌듯할 때도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두렵다.. 


Generalist 와 Specilist 의 기로


항상 무엇이 옳은지 고민이 된다. 둘다 장단점이 확실하지만 지금까지의 커리어에서 이 스타트업에서 있으면서 뭔가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 걱정을 하게된다. 


하버드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어보면 계속 대기업형 인재와 스타트업형 인재를 비교한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이렇게 스타트업을 창업멤버로 들어와서 시작하던 때가 아니라서 읽으면서 

"그래 난 스타트업 인재야"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다양한 산업군을 겪었고 다양한 호기심과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스타트업 업무를 재미있게 &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리고 그랬기에 결혼 적령기가 넘어서 부모님께 엄청난 걱정을 끼쳐드리며 ㅎㅎ 스타트업 창업멤버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현타가 온다.. 

그렇지만 믿는다. 기술이 계속 고도화되면서 전문성보다는 전체적인 숲을 볼 수 있는 인재가 더 큰 성장을 할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보다도 우리 회사가 잘 될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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