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

더 이상 포도를 먹고 싶지도 않고 먹을 힘도 남지 않게 된다면

by 인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인지부조화 현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 둘 중 하나를 바꾸어야 한다.

꿈꾸던 이상을 더 이상 꿈꾸지 않거나 어떻게 서든 현실을 바꾸거나.


포도를 먹고 싶어서 온갖 노력을 해도 포도를 얻지 못했을 때 이는 신포도라고 포도를 깎아내리는 건 꿈꾸던 이상을 더 이상 꿈꾸지 않기로 한 것이며, 포도를 먹고 싶어서 온갖 노력을 했으나 포도를 얻지 못하고 있을 때 현재까지 한 노력보다 더 한 노력을 해서 포도를 얻어내는 것은 현실을 바꾼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둘 다 극적인 변화를 요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꿈꾸지 않으면 인생의 방향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또한 인지부조화가 심해진다는 건 그만큼 현실을 바꾸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기에 현실을 바꾸는 데는 점점 더 불가능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그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마음을 다잡는 게 가능할까. 이상을 바라는 욕망을 살짝 내려놓고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더 노력을 하는 삶은 가능한 것일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욕망을 내려놓았는데 더 노력하는 힘이 나올 수 있을까. 이상을 덜 좇으면 그만큼 덜 노력하게 되지 않나 생각하며 이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보상체계 시스템에서 벗어난 상태로 사회를 바라보면 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보상 때문에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노력을 한다면, 꿈꾸는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더 열심히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이상과 현실의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잡아보았다.


1) 이상에서 보상을 빼고 생각한다면 덜 지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받고 싶은 점수 때문에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내고 싶은 저널 성과가 있어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닌, 졸업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보상 시스템을 지우고 오로지 하고 싶은 것을 더 잘하고 싶다는 알맹이만 남기는 방식으로 이상에서 짐을 덜어낸 삶을 떠올려보았을 때 이는 꼭 덜 열심히 살게 되는 길은 아닐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상의 무게를 덜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인지부조화를 해소했기에 바람직한 방향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현실에서 효율성을 빼고 생각한다면 보다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무게를 덜 수 있다. 지름길을 찾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으려 하며 보다 더 빠르게 뛰려고 한다면 결국 쉬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며 이를 지속해야 한다는 그 확신이 부족해지게 된다. 타임어택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 그냥 매 순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결국 그 과정에서 한 모든 것들이 나의 스토리가 되고 그 경험들이 무엇인지 관계없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차원공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