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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Mar 06. 2016

고양이는 게으르지 않다.

기쁨을 창조하고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

집안에서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먹고 자고  놀기만 하는 이 아이들을 누군가 게으름의 대명사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행복을 추구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쩌면 게으름 조차도 행복하기 위한  존중과 동조 일 수 있다.


이 아이가 외출 냥이 일 때는 스스로 자기 영토를 정해서 매일 새벽마다 자기 영토를 둘러보고 지키다 밥 먹을 때가 되면 잠깐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아이는 마치 작은 왕처럼 당당하고 품위있게 행복한 기품을  내뿜고 있었다. 자기 영토를 잃고 좁은 아파트에 처박혀 하루 종일 갇혀 지내는 요즘도 이 아이는 치열하게 자기 기쁨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쁨을 느끼는 것! 

이것이 이 아이에겐 너무도 중요한 삶의 전부임을 문득  엿보았다.  이 아이는 자기 영토를 갖고 외출을 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자기와 함께 하는 나와 남편을 문득 만나 온몸과 마음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우리는 이를 이산가족 상봉이라 부른다.  잠시 떨어졌다 다시 만나게 될 때  아이는 땅바닥을 구르고 우리 손에 머리를 비비고 가르릉 소리를 내며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환영한다는 몸짓에 온 영혼을 기쁨으로 적시는 것이다. 이것이 이 아이가 우리를  사랑하고 환영한다고 말하고 알려주는 적극적인 소통인 것이다. 


9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요즘도 이 아이는 그 기쁨을 위해 때로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아주 비밀스러운 골방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우리에게 나타난다. 또 때로는 옷장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저녁에 나타나기도 한다. 

온몸과 영혼으로 기쁨을 느끼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에는 다시 조용히 멀어져버린다. 다시 돌아와 기쁨을 나누기 위한 거리를 갖는 것이다. 함께 사는 사람과 이토록 매일 온전한 기쁨을 느끼고 나누기 위한 이 아이들의 전략을 나는 이제 겨우 눈치챘다. 


그리고 더불어 나를 돌이켜 비추어 본다. 나는 이 아이처첨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기쁨을 창조하고 느끼고 공유하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다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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