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디 이야기 12. 먼저 너 자신을 안아줘!

by 이시스
먼저 너 자신을 안아 줘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통디는 끝도 없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며 숲 속을 헤매었다.


‘내가 살고 다른 이를 죽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사냥꾼과 다를 게 없지 않나? 왜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다른 삶의 방식은 없는 것일까?’


통디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가슴속에 있는 무거운 죄책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감으로 점점 커지면서 절망감으로 통디를 끌어내렸다.


그때, 멀리서 첫새벽과 그 일행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상시처럼 다가왔다. 통디는 벌떡 일어나서 대장 첫새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첫새벽 앞에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


“저를 죽여주세요, 대장!

제가 봄꽃을 죽게 했어요. 저 같은 건 살 가치가 없어요.”



새벽닭앞에서울고있는통디.jpg


대장 첫새벽은 엄숙한 눈으로 통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수탉 장하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서 두 다리로 통디를 때렸다. 통디는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그러나 첫새벽이 장하를 막고 나섰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더 때려 주세요. 저 같은 건 봄꽃에 비하면 살아있을 가치가 없어요. 내가 봄꽃을 죽게 했어요. 대장 말을 듣지 않고 따라갔어요. 내가 이기적으로 굴었어요.”

통디가 말했다.


“너는 다만 따뜻함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것은 잘못이 아니란다. 다만 앞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네가 알지 못했던 상황들을 일으키고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지. 너와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너는 그것에 눈 떠야 한다. 네 상처와 고통에만 매몰되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거야. 이전의 네 상처와 아픔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너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된다.”

첫새벽이 통디에게서 먼 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저는, 저는 봄꽃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대로 살아갈 수 없어요.”

통디가 첫새벽을 보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봄꽃을 잃었지. 봄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기꺼이 너를 위해 자신을 버렸지. 우리의 삶이란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우리 목숨을 버리는 일이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누군가를 살리고 죽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때를 우리가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지! 우리는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네가 우리에게 죄를 지었다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 봄꽃과 우리는 너를 사랑했을 뿐이란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이니까”

봄날 아침이 말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무엇에 충실하냐가 중요한 거니까! 우리는 신뢰를 지킨단다. 농장은 우리에게 안전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고 때로 사냥꾼들도 물리쳐 주지. 그리고 그들이 원할 때 우리 목숨 하나를 주면 우리 아이들은 여럿이 태어날 수 있단다.”

암탉 풀향기가 통디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말을 거들었다.


"봄꽃은 저 때문에 소중한 삶을 버렸어요. 그것이 아무리 봄꽃 스스로 자신과 한 고귀한 약속이라 하더라도 저의 어리석은 실수는 사라지지 않아요. 그것으로 나는 괜찮다고 할 수 없어요.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통디가 말했다.


"먼저 너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못나고 어리석은 너 자신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고 안아 주어야 해! 어쩌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너 스스로가 너를 싫어한다면 그 누가 너를 좋아할 수 있겠니? 너도 싫어하는 너 자신을, 먼저 너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너 또한 봄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란다."

봄내음이 따뜻한 시선으로 통디를 보며 말했다.


봄내음의 말에 통디가 주저앉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마음속에 쌓여있던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울음으로 터져나왔다.


“너는 용기 있고 또 사랑스러운 아이야.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통디에게 화를 냈던 장하가 어느새 다가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너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 ‘네 어리석은 실수를 잊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 실수는 위대한 스승으로서 네 마음에 깊이 간직해야 한다. 그래야 현명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거야.”

첫새벽이 여전히 엄한 얼굴로 말했다.


“봄꽃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충만하게 사랑했기 때문에 기꺼이 다른 어린이를 위해 희생할 수 있었던 거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위해 자기를 내어줄 수 없단다. 네가 너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만이 봄꽃의 마음을 네 안에 받아들이는 거야.”

풀향기가 다시 거들었다.


조금씩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숲 속에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통디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새벽 일행들은 조용히 통디가 다 울 때까지 기다렸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오후의 태양은 벌써 그 강렬한 빛을 잃고 서산 위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울음을 그친 통디가 말했다.

“제 실수를 결코 잊지 않겠어요. 그리고 다시는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며 행동하지 않겠어요. 저 자신의 어리석음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용서와 사랑을 주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내 실수와 함께 봄꽃의 사랑을 기억하겠어요 누군가 나처럼 실수를 하게 된다면, 내 실수를 생각하고 언제든 즉각 그를 용서하고 더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어요.”


아픈 통디의 고백에 봄날 아침도 풀향기도 봄내음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은 곧 눈물을 훔치며 통디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 그게 봄꽃과의 약속이다. 잊지 말아라.”


첫새벽이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태양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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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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