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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Apr 19. 2016

바라나시의 목욕:화장터에서


눈을 뜨니,

돌아와 있다. 

하루나 지났을까 하지만 

이미 모든 것들은 영겁 속에 있다.

릭샤꾼의 맨발이 바쁘게 달려가던 도시

그러나 누구도 태양보다 앞서가지 않는 성스러운 도시 

사람들은 참새와 함께 나란히 앉아 

손에 든 누런 토기 잔에 저녁의 태양빛을 담아 마시고 있었다.

오렌지색 꽃목걸이를 한 사람이 누워서 강가로 들어왔다.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은 평온 하지만, 서 있는 사람들은 울고 있었다.

장작더미가 쌓아지고 누워있던 사람은 얇은 짚풀을 덮고  

가슴에 걸린 꽃목걸이처럼 ,누운 장작위에 주황색 꽃불을 일으켰다.

검은 연기,

어쩌면 살아오면서 미처 놓아주지 못했거나 

혹은 미처 닦아내지 못했던 마음의 때가

그렇게 그 몸에서 벗겨지는 것이다. 

문득 누워있던 사람의 손이 짚 풀과 장작을 벗어나 

툭! 하고 아래로 떨구어 진다. 

아직 누렇고 말간 피부의 맨손이다. 

맨손,

그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왔던지 

이젠 빈손이다. 

그리고 그 빈손에서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생의 마지막.

바라나시의 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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