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 "네 마음의 호수를 들여다봐."
그대로 며칠 더 먹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통디는 조심스럽게 나뭇가지 위를 걸으려 애썼다. 하지만 나뭇가지에서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참으로 혹독한 겨울이군. 이 겨울을 살아서 지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통디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견디렴! 저 먼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그 바람이 이곳에 닿으면 너는 다시 호수로 날아가서 따뜻한 목욕을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면 네 날개도 나을 거고 벌레도 먹을 수 있게 되겠지.”
거목 나무가 말했다.
통디는 이번에는 나무의 말을 알아들었다.
“저는 이제 날 수 있는 힘이 거의 없어요. 죽을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라. 바람이 너를 호수에 실어다 줄 테니.”
나무가 말했다.
“화가 난 바람이 나를 땅으로 내동댕이치고 내 날개를 거의 부러뜨릴 뻔한 걸요.”
통디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날 수 있는 건 바람의 친절 때문이야. 네가 날개를 퍼덕거릴 때 네 날개를 받쳐 주는 게 바로 바람이거든. 아마 네가 바람과 맞서 날았을 거야. 언제나 바람과 함께 날아야 하지.”
“아, 맞아요. 그때 마음이 너무 급해서 빨리 돌아오려고 바람과 맞서 날아왔어요. 바람에 저항하지 말고 함께 날아야 바람이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거군요.”
나무의 말에 힘이 난 통디는 궁금했던 것을 나무에게 물었다.
“근데, 나무는 왜 추울 때 오히려 나뭇잎을 떨구고 더 추위에 떠는 거죠? 동물들은 털이 더 많아지고 두꺼워지는데요.”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의 정신은 외부에 의존하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마음의 호수로 들어간단다. 그래서 어떤 혹한이 와도 이겨낼 수 있지!”
“어떻게 한 겨울에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오는 날을 알 수 있나요?”
통디가 물었다.
“마음의 호수로 들어가면 다 알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만들고 꽃 피웠던 모든 것들을 다 떨구어 버리지. 여름내 키워낸 그 많은 나뭇잎, 꽃, 열매들 그리고 심지어는 내가 얼마만큼 크다거나 얼마나 나이를 먹었다거나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모든 것들까지도 모두 떨구어 내.
그리고 마음의 호수로 들어가. 마음의 호수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나무들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그물을 만든단다. 그 그물은 온 세상을 둥글게 감싸고 모든 생명들과 연결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모든 이야기들을 알려주고 또 이 세상에 필요한 용기와 사랑, 행복, 지혜, 자신감, 정의, 순수, 착한 생각 같은 마음과 의지들을 이어주고 지지해주지.”
“나는 지금까지 나무들이 겨울에는 모두 죽은 줄 알았어요!”
통디가 말했다.
“겉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지. 하지만 우리 나무들은 겨울에는 모두 마음의 호수로 들어가서 또다시 봄에 피울 새 잎과 꽃들을 준비한단다. 봄에 우리가 피워내는 모든 새 잎과 꽃들은 그렇게 우리가 겨울에 마음의 호수에서 준비해서 피어나는 거란다. 그런 준비 없이 피어나는 잎이나 꽃봉오리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지.”
“저도 이 겨울이 힘들다고 그냥 보낸다면 봄이 와도 아무것도 피워낼 것이 없게 되겠죠? 저도 겨울 동안 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겠어요.”
통디가 말했다.
“너는 나무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니? “
나무가 물었다.
“아직 없어요.”
통디가 대답했다.
“생각을 잠시만 멈춰 봐. 아주 잠시라도. 그리고 마음이 고요해진다고 느껴지면 가능한 조용히 귀 기울여 봐. 그러면 나무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나무들은 모든 계절마다 노래를 하는데 특히 겨울에 하는 노래는 강인하고 웅장하기 이를 데 없지. 나무의 겨울 노래는 혹독한 시련을 겪는 모든 생명들이 시련에 맞서 싸울 강인한 힘과 용기를 준단다. 생명의 힘을 더욱 강하게 북돋아 주지.
나무의 노래를 들으면 나무의 노래가 너를 마음의 호수로 안내해 줄 거야. 그러면 너는 그 안에서 우리의 그물에 닿을 수도 있고 다른 모든 존재의 그물에 닿을 수도 있어. 그러면 너는 그들이 아는 모든 지혜를 알게 되고 또 그들이 부르는 모든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될 거야.”
통디는 그날부터 조용히 나무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나뭇가지를 악기처럼 연주하는 바람소리나 마른 겨울 하늘을 나는 겨울새들의 소리가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소리와 맞서지 않고 함께 리듬을 타며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통디의 마음은 점차 고요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 있는 모든 나무들이 함께 부르는 듯 웅장하고 멋진 화음을 들을 수 있었다. 통디는 그 노래에 빠져 들었다. 노래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났고 희망이 생겨났다. 그리고 따스하고 행복한 느낌이 몸과 마음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나무의 노래를 듣고 있던 통디가 어느 날 나무에게 말했다.
“전 이제 언제나 나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나무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네 마음의 호수에 이르게 될 거야. 그 호수를 들여다보면 너를 찾아오는 꿈과 또 네 깊숙한 곳에서 너도 모르게 그려왔던 꿈들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또 그 호숫가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네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너를 꿈꾸어 왔던 누군가를, 그게 누군지 만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지만 만나는 순간에 저절로 알게 되지!"
나무의 말대로 아직 차가운 겨울 하늘에 어느 날 한 줄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고, 통디가 둥지에서 날아오르자 바람은 통디를 가볍게 실어서 호수에 내려 주었다. 정말 통디는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호수에 내려앉았다. 통디는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날개의 통증이 사라졌다. 통디는 목욕을 마치고 호숫가에서 작은 벌레 몇 마리를 먹고 다시 둥지로 돌아갔다.
“힘이 계속 솟아나요. 기분이 상쾌하고 왠지 행복해요.”
통디가 말했다.
“네가 더 이상 외부의 것들에 의존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 네 안의 호수에서 너에게 모든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는 거야. 우리 나무들처럼.”
통디는 고요히 마음의 호수로 들어가서 꿈들을 살펴보았다. 마음의 호수는 때때로 은빛 거울처럼 반짝였다. 그 거울이 아주 고요해지고 맑아질 때면 그 거울 속에서 하나씩 영상이 솟아나왔다. 통디는 그 영상이 나오는 것을 바라보고 그 영상이 지나가면 또 다른 영상을 기다렸다.
통디는 겨울 대부분의 시간을 마음의 호수를 지켜보며 보냈다. 이제는 낮에 깨어있을 때도 마음의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의미 없이 산만하고 제 마음대로였던 꿈들이 전보다 더욱 생생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변했다. 꿈들은 통디의 생각대로 현실에서 통디를 스쳐 들어온 것도 있었고 또 새로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호수에서 생겨나서 현실이 되지 않는 신비로운 꿈들도 있었다.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