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가로등 아래,쥐똥만한 흰꽃을 숨긴
쥐똥나무 푸른 울타리는 참으로 고요하다.
하지만 저 쥐똥나무는
어제 한 낮 정오에도 저리 고요하게 있었을 것이다.
한낮에는 거리의 소란과 부산에 마음을 뺏기고
그리고 밤에는 가로등의 불빛에 시선을 뺏겨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저 쥐똥나무를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문득 의심이 든다.
나는 지금껏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적이 있을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여기던 그 모든 것들은
그저 어지러운 소음이었거나 혹은 잘 강요된 침묵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