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한 날

by 잉글맘

나의 배우자 비자 신청은 영국 밖에서 해야 했다.

15년을 알고 지낸 관계였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함께 살아온 시간.


그런데 우리는 그 시간을 다시 증명해야 했다.

관계 증빙 서류, 재정 조건, 영어 성적, 결핵 검사.
사랑도 신뢰도 결국은 파일로 정리되어야 했다.

일반 접수는 6개월에서 1년.
우리는 돈을 더 주고서 급행을 선택했다. 4주 안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결과가 빨리 나오면 세 식구가 함께 영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9월이면 딸의 학교가 시작된다. 그전에 끝나기를 바랐다.

비자 결과가 늦어지면서 남편과 딸은 먼저 영국으로 들어갔다.

공항에서 딸은 애써 씩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일주일 안에 결과 나오면 바로 갈게.
아빠랑 먼저 가서 학교 시작하고 있어. 엄마 금방 가.”

딸은 잠시 나를 올려다보더니 물었다.

“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해?”

불안해라는 딸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그 말이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주일 뒤, 이메일이 도착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이제 다시 집으로 가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화면에 뜬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Your application has been refused.

“이건 아닐 거야.”

눈을 비비고 다시 읽었다.
단어들은 그대로였다.

과호흡이 밀려왔다.
가슴이 조여 왔다.
목구멍까지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영국은 새벽 시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잠결에 이유를 묻는 남편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말을 하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부 사유는 재정 요건 미비

우리가 인터뷰를 본 날은 8월 5일.
우리가 제출한 서류상으로는 7월에 접수를 하고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

딸아이의 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느라

그 기간을 확인하지 못했다.

유통기한처럼 5일이 지나서 그 서류들이 불충분하다고 한다.

변호사는 우리의 실수라고 했다.
어필은 가능하지만, 승산은 낮고

설령 진행한다 해도 1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1년.

그 숫자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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