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속에서 찾은 다짐

by 잉글맘

사람들은 말했다.
신은 우리가 견딜 만한 고통만 준다고.

그래,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주는 것만 손에 쥐는 삶이 전부라면 너무 시시하니까.

그러니 오늘도 다짐한다.

감사하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자.
길은 언젠가 보일 것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변호사의 조언은 현실적이었다.

어필을 해도 1년 이상 걸릴 수 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남편이 6개월간 직장생활을 하며
월급 명세서를 쌓아 증빙하는 것.

결국 우리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짧지만, 시간은 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딸에게 사실을 말해야 했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며칠을 고민했다.
가장 어려운 방법은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


주말 저녁,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화상통화를 시작했다.

“엄마, 할 말이 있어.”

딸이 고개를 들었다.

“비자가 잘 안 됐어. 당장 가고 싶지만 지금은 영국에 갈 수 없어.
대신 두 달에 한 번은 다른 나라에서 만나자.
매일 통화할 수 있고, 할머니·할아버지가 도와주실 거야.
우리 조금만 더 떨어져 지내보자.”

화면 속 딸은 놀란 듯 말을 잃었다.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만 바라보았다.


나는 위로하려고 쓸데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미안해, 딸아…”

통화가 끝났다.

화면이 꺼지자 방은 유난히 조용했다.
숨을 참았던 것처럼 눈물이 터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서러움.
소리 내어 울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거리는 우리를 갈라놓는다.

하지만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다.
그 사실만은 놓지 않기로 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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