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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Again, Again

Poor Economics, Banerjee, A. and Duflo,E

by 장원희

Think Again, Again


이 책의 1장의 부제는 ‘Think Again, Again’으로, 책의 핵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다룰 내용과, 우리 세계의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가난한 국가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원조는 옳은 해결책인가, 효과가 있는가, 빈곤의 덫이란 존재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빈곤하게 만드는가, 21세기 의무교육의 혜택이 주어지는 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주제이다. 다만 그 주제에 대해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만큼 복잡한 사고를 해봤을 이는 얼마 없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빈곤과 그 대책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훌륭하게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볼 기회를 제공한다.


초반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와 윌리엄 이스터리(William Easterly)의 의견이 제기되는 부분에서 인상적인 사고의 흐름을 경험했다. 책을 읽기 전 제프리 삭스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먼저 제기된 제프리 삭스의 의견에 완벽하게 동의하며 가난한 나라의 이들을 돕기 위해선 빈곤의 덫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내야만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그랬다. 그러나 제프리 삭스에 반대되는, 반원조의 입장에 있는 윌리엄 이스터리의 의견을 보며 그의 주장도 이해가 갔다. 무작정적인 원조가 과연 이들을 가난에서 해방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빈곤의 덫이란 존재하는가, 그의 입장을 통해 이와 같은 사고들을 처음으로 해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고에 관한 내용이었다. 제프리 삭스는 그들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학교에 보내고, 교육을 시키고,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바람직한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하는 윌리엄 이스터리의 의견이 굉장히 인상 깊다. 그는 이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제프리 삭스의 의견과 같은 시도들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교육시키고 억지로 이상을 주입하는 행위에서 아이들은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서로 반대 지점에 놓인 둘의 의견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행위는 필수적인 방침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도움이 어쩌면 이들에게 억압으로, 자유를 무시하는 행위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을 통해 사고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의견이 옳은 걸까, 책을 읽으며 제기되는 자연스러운 질문에 대해 결국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모든 삶의 요소를 알 수 없는 우리가 단순히 펜을 들고 하는 사고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 세상은 수많은 조건과 변수가 존재한다. 세심히, 면밀하게, 오랜 시간을 들여 이들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거듭되는 생각은 우리를 끝내 미래로 안내한다. 챕터를 읽으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사고엔 끝이 없다는 거였다. 정답 같아 보이는 생각이더라도 모든 면에서 정답일 수는 없으며, 그 사고에서도 많은 질문과 더 깊은 생각이 뿌리를 내려 이어진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이 여정은 한 단계 나아갈수록 조금 더 실재하는 세계에 가까워진다.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저자의 모든 언어가 바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라고 보았다. 단순하지 않은 인간사를 알아가는 길에 사실 근본적으로 필요한 이 마음은, 특히 우리가 흔하게 타자로,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기는 제삼자를 바라볼 때 더욱 필요하다.

초반부에 이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자기에게도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관련해 소개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본인에게 영향이 있어야만, 혹은 초반에 가정한 소녀처럼 세계에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가치가 있는 걸까. 죽고 사는 일이다. 같은 목숨과 같은 사고를 하고 사는 인간이라는 걸 느끼면 이 가치 또한 얼마나 고도의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인지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이 이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앞서 말한 이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이러한 실태에서 본 책이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본다. 책을 읽는 내내 빈곤과 소외와 도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것. 끝내 이들을 이해하고 타자에서 조금 더 가까워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짧은 분량의 내용 안에서도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기존의 사고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을 듯한 마음이 든다.


결국 이 책은 ‘도와야 한다’는 윤리를 넘어서, 소외된 이들과 빈곤 그 자체를 우리와 같은 세상 속의 일로 다루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이어진다. 빈곤은 단순히 수치로 환산될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빈곤을 보다 가까이서, 보다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과제 목적 : 교양 과제

제출 시기 : 2025년 9월

영어강의였어서 텍스트도 영어로 제공해 주셨기에 읽으며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찌 한결같이 영어를 못 할까요^^; 아마 노력을 안 해서이겠지요... 쓰는 것보다 몇 장 안 되는 1장을 읽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었네요ㅎㅎ 그래도 그 짧은 분량으로도 많은 생각을 전해준 책이라, 기회가 되면 나머지 부분도 읽고 싶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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