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한 거리를 걸어왔다.
그동안 우리는 꽤나 친근해졌고,
서로의 상처들을
서로의 혀와 살갗으로 치료해 주었다.
어느 날 벌거벗은 나의 몸에는
깊게 파이고 찢겨진 상처가 그대로 있었다.
여전히 당신이 필요한 이유는
내 상처를 치료하기 때문이 아니고
당신만큼 내 상처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게 상처는 너를 기억하고, 기억하다 그리워한다.
상처가 나의 피와 살로써 아물지 않았음에
그 상처가 너의 혀와 살갗에 공유되었음에
그렇게 상처가 기억되지 않음에
다시 너와의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상처는 쉬 아물지 않음을.
치료는 상처를 없애는 게 아님을.
그대의 상처도 나와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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