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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un 15. 2019

리더십의 출처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서 나오는가

어느 모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 매장 알바를 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늘 6시간 서서 일하는 데다 휴식시간도 따로 없는 고된 일이었지만 일 자체가 힘들다 보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이었다.

내가 맡은 일은 어느 중소 브랜드의 기능성 슬리퍼를 파는 일이었는데 늘 매출 때문에 팀장님과 백화점 관계자들의 은근한 압박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물론 나와 같이 일하는 분들도 그런 압박을 눈치채고 당연히 하루에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매출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오르는 일이던가. 결국 나는 근무일을 2주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우리 매장이 돌아오는 일요일에 백화점에서 철수하게 된다는 비보를 접하게 됐다.

당연히 남은 근무기간 동안 의욕은 있는 대로 떨어지고 백화점 관계자들에 대한 인상도 덩달아 나빠졌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늘 마주치는 한 관계자 때문이었다. 늘 마주치는 백화점 관계자 중 한 분은 직접적으로 내세운 적은 없지만 우리 매장을 내려다보고 본인이 항상 대접받기 원했던 권위주의적인 인물이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흐리듯이, 그 직원 하나로 다른 백화점 관계자들에 대한 나의 인상은 불신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얼마나 팔았어?"
"더 팔아야지?"

지나가면서 그들이 건네는 덕담 아닌 덕담도 시간이 갈수록 불쾌하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마지막 날을 앞둔 전날에 벌어진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의미 없는 고객 접대용 멘트를 날리고 있던 그때, 짙은 네이비색 정장에 메탈로 된 명함을 단 누가 봐도 백화점 관계자처럼 보이는 한 인물이 옆 매장에서 휴지를 빌리는 장면을 보게 됐다. 백화점 직원들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 않았던 그 당시의 나는 휴지를 빌리는 그의 모습이 갑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어느새 난생처음 본 그의 인성까지 품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휴지를 빌린 그의 손이 향하는 곳은 전혀 내 예상과 다른 곳이었다. 그는 휴지를 받아 들고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누군가 흘리고 간 음식물을 무릎을 꿇고 치우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부정적인 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그의 부하직원을 시킬 수도 있고 그냥 청소하는 분이 치우겠거니 하면서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그는 묵묵히 정리해 나갔다. 누군가 보고 있지도 않았고 업무 실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일을 그는 망설임 없이 하고 있었다. 진정한 권력이나 리더십은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일 밑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일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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