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게 좋다. 물론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미심쩍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취미란에 당당하게 글쓰기라고 적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는 있다고 자부한다.
이런 능력이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영화를 좋아하게 됐고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집필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나름 포부를 갖고 처음으로 나간 모 아카데미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야심 차게 내가 들고 간 시나리오가 '개연성이 없다', '포맷에 맞지 않는다'라는 혹평을 듣고 난 뒤에야 나는 시나리오 쓰기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비교적 만만하게 느껴지는 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성질머리가 급해 기승전결의 구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늘 후다닥 끝나버리는 몇 편의 단편소설부터 시작해서 감성 넘치는 짤막한 시들과 문장들을 지나 영화 리뷰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나름대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글쓰기가 좋다.
때로는 현실적인 고민이 내 머릿속을 가로막는듯해도 내 머릿속에 마음대로 유영하는 여러 흐느적거리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틀에 넣고 뭉치고 섞고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단단한 결과물을 만드는 이 과정이 너무 좋다. 나에게 있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란 배설욕과도 같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고 나면 상쾌함과 뿌듯함. 이러한 감정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