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지러운 방 안에 혼자 덩그러니 놓인 작은 화분이나 행사장에 온갖 화려한 꽃들로 치장된 화환 같은 것들이 싫다. 원래 속한 자리가 아닌 낯선 곳에 놓인 꽃들이 주는 기묘한 위화감 때문일까. 마치 더운 여름날 동물원에 갇혀 있는 펭귄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좀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자면 감히 인간 따위가 위대한 자연에게 베푸는 오만한 관용 같이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유하려는 '욕심'의 단계까지 넘어간다. 아름다움을 원래 속한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억지로 끌고 와 전시하고 나서야 인간은 그제야 안심한다. 게다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인 '유한함' 또한 자신들의 기술로, 잣대로 손대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흉내 낸 조화를 보면서 한 번도 아름답다고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아름다움은 있어할 곳에, 있어야 하는 형태로 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