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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Nov 16. 2019

불확실성이 주는 행복에 관하여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싫다기보다는 변화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주는 그 불확실성이 두려웠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내 두려움은 어느새 내 생활 곳곳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늘 낯선 길이 아닌 익숙한 길을 걸었고 새로운 메뉴가 아닌 알고 있는 익숙한 맛의 늘 먹던 음식을 주문했으며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오면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거나 그 상황을 피하려고 애쓰곤 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두렵고 맞닥뜨리기 싫은 불확실성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회피한 불확실성들 때문에 내가 놓치고 있는 행복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전에는 절대 하지 않던 것들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늘 먹던 음식 대신 새롭게 주문한 음식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늘 먹던 메뉴보다 훨씬 근사했고 늘 걷던 길이 아닌 낯선 길을 산책하는 일상은 어느새 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취미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새로운 사람 그리고 새로운 곳을 만나고 가는 것 또한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행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런 불확실성이 늘 행복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과감히 내가 먼저 다가간 인간관계는 항상 좋게 끝나지는 않았고 새롭게 시도한 도전들은 늘 좋은 결과만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고편도 보지 않은 채 친구의 말만 듣고 덜컥 예매해버린 영화가 내 인생 최악의 영화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우리의 인생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크기는 불확실성이 가지고 있는 확률에 비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더 많은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불확실성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아만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조금은 수학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때로는 그 불확실성이 불행이더라도 우리의 인생은 아직 그다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기에 더 신비롭고 더 의미 있다. 그다음 상자를 열어보기 두렵다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당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은 자신을 애타게 찾는 사람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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