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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Oct 27. 2019

나를 찾아서

가끔씩은 쉬어가자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서점에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에 바로 카페 마감 알바를 하러 나선다. 투잡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가능한 내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붙잡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생산적이며 바람직한 20대의 표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3주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내 통장을 채운 0의 개수만큼 내 인생은, 내 기분은 공허해져 갔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아가, 또 다른 내면의 내가 열심히 소리치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힘들어서 카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숨을 못 쉴 것같이 힘들고 버거워하면 다른 사람들을 돌볼 여유가 없어진다. 너 자신이 누군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라."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나는 잠들기 직전의 시간을 쪼개며 내가 누구인지, 나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을 하면서 분명히 나의 인생이 이렇게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는 대략적인 '어떻게'는 스케치되어 있지만 '왜'라는 방향성이 결여된,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당연한 것들은 더 이상 당연시 되지 않는다. '왜'라는 의문을 가지는 순간 일상적인 것들은 낯선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렇게 유유자적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인생에 큰 파도를 내리치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런 변화가 무섭고 두려워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침묵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돌볼 여유가 생겨야 남 또한 나를 사랑하는 만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그릇의 크기를 확장시켜 나가자. 그리고 자신에게 다시 한 반 물어보자. 과연 내가 사는 이 삶의 원동럭이 무엇이며 나를 어디로 이끌게 할지 나는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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