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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ul 29. 2020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

나도 나를 잘 몰라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는 누구인지, 타인이 본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MBTI 검사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개개인이 사회와 고립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어떤 현상이 아닐까 싶다.

MBTI 검사가 본 나는 세상에서 제일 희귀한 성격인 예언자형 유형, INFJ다. 설명에 따르면 '인내심이 많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나며 양심이 바르고 화합을 추구하며...'- 대충 이런 성격이다.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일부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엄마가 말하는 '나'는 이와 정 반대다. 냉철하고 자기애가 강하고 남의 말 잘 안 듣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성격. 한 마디로 싹수가 없는, 제멋에 취해 사는 인간이다. '나'라는 존재만 하더라도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는데 애초에 입체적인 인간상을 자꾸 평면적인 요소들로 묘사하려는 것은 모순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가 내려지기를 원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

과거 대학시절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서 일부러 담을 쌓고 다녔던 내가 군대에 와서는 선임들에게 낯가림이 전혀 없어 보였다는 상반된 평을 듣는 걸 보면 나 자신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매번 헷갈린다. 웃으면 못생겨 보인다는 주위 사람들의 지적에 웃는 모습에 자신이 없던 내가, 생판 처음 본 사람에게 웃는 게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가진 걸 보면 결국 가치라는 것은 그 사람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똑같은 '나'의 행동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또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똑같이 찍어내는 공산품조차 누구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순간, 그것에 담긴 의미로 인해 가치가 달라지는 세상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좀 더 높은 가치를 선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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