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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TV시리즈 <환상특급:트와일라잇 존> 리뷰

EP.2 하늘위의 악몽: 오만한 언론, 심판하는 대중

by 김인혁

조던 필이 이끄는 두 번째 트와일라잇 존은 바로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한 영역인 3만 피트 고도 위를 활주 하는 비행기 안이다. 이번 불행의 희생양이 될 주인공은 저스틴 샌더슨, 그는 저명한 취재기자이며 과거 취재로 인한 끔찍한 경험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여자 친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 다른 취재를 위해 텔아비브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러던 중 저스틴은 우연히 좌석에서 mp3를 발견하고, mp3 팟캐스트에 담긴 끔찍한 내용을 듣고는 경악한다. 바로 그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머지않아 3만 피트라는 아찔한 높이에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 저스틴은 과연 자신의 뜻대로 승객들을 모두 구조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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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에서 조던 필은 극한 상황에 처한 언론인이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언론인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카메라는 저스틴의 행방을 따라가며 저스틴이 극한 상황에서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준다. 비행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저스틴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가운데 그의 말을 믿어주는 유일한 정보원은 전직 파일럿인 조뿐이다. 저스틴은 언론인답게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아내고 정보원이 던져주는 정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승객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여기서부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조던 필은 앞서 직접 본인의 입을 빌려 이상적인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말했다. 바로 올바른 사람들에게, 올바른 질문들을 던지는 것, 그리고 선입견 없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어떤 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저스틴은 패닉에 사로잡혀 검증되지도 않은 팟캐스트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어버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원과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이른다. 저스틴의 정보원이자 자칭 전직 파일럿이라는 조는 시종일관 술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계속 홀짝이는 이미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인물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저스틴은 조가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팩트'에 눈이 가려진 저스틴은 다른 승무원이나 크루원들의 말을 무시하고 그가 믿는 진실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선입견 없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저스틴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는 저스틴을 편견의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비행기 모드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던 시크교도 승객들을 사고의 원인으로 단정 지어버리고, 평범한 러시아 프로 리그 축구선수를 마피아와 관련된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이처럼 저스틴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영웅이라고 여기며 자신의 시선, 기준, 잣대만으로 타인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결국 저스틴은 잘못된 사람에게 잘못된 질문들을 던지고, 선입견으로 가득 찬 자신만의 '팩트'를 밝혀내는데 집착한 나머지 본인이 대재앙을 초래하고 대중들에게 심판받는다.



그 누구보다 재앙을 막으려 했지만 정작 본인이 그 재앙이었던 아이러니. 이런 아이러니를 통해 조던은 현대사회 언론의 잘못된 점들을 비판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팩트에 눈이 먼 언론과 그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언론의 무책임함이다. 저스틴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되뇌었던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말은 바로 자신들의 행동에 무책임한 언론의 실태를 나타낸다. 모두를 구하겠다는 선의로 포장된 저스틴의 행동이 결국 재앙을 초래한 것처럼 지금의 언론은 오보로 인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채 그저 '의도는 좋았다'라며 자신들을 포장하기 바쁘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무거운 진실에 깔리는 대중을 외면한 채 말이다.


두 번째는 바로 자신들이 선택받은 계층인 것처럼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오용하고 있는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그들의 오만한 태도이다. 저스틴은 자신만이 이 재앙에서 모두를 구해 낼 유일한 영웅이라고 여기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다른 이들을 선입견 덮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고한 승객들을 추락의 원인으로 모는 장면이 그렇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타인을 재단하고 심판하는 저스틴의 모습은 지금의 언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본래 자신의 좌석이었던 일등석을 양보하고 이코노미석에 앉는 그의 모습도 의미심장하다. 그의 현재 위치는 이코노미석임에도 불구하고 저스틴은 마치 자신이 '일등석'인 것처럼 우월함에 빠져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이라고 여기는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들을 추궁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저스틴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행기는 추락하게 되며 저스틴은 승객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오만한 언론은 결국 대중들에게 심판을 받게 된다는 무거운 메시지가 담긴 이번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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