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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현 Jul 10. 2023

새끼 집비둘기

강급의 달인

  야생동물센터에서 일하면 어김없이 겪게 되는 어린 동물 시즌이 있다. 그 어린 동물 중엔 까치, 직박구리, 참새, 박새 등 새 위주로 많이 들어왔었다. 그중엔 집비둘기도 있었는데 사실 어린 집비둘기는 연중 들어와서 엄연히 말하면 이 시즌 말고도 우린 집비둘기를 키우는 상황. 그래도 털이 없어 보일 정도로 어릴 때는 대체로 어린 동물 시즌에 들어온다.     


 어린 새들을 먹이는 방법은 종에 따라 다양하게 다르다.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먹는 방법을 따라서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종(닭, 오리 등)이 있는가 하면 산새(박새, 직박구리 등)들은 이소하기 전까지 곤충 같은 걸 잡아서 부리 안에 넣어줘야 한다. 황조롱이나 소쩍새와 같은 맹금류의 새끼 새들은 보통 부모 새가 사냥해 온 먹이를 직접 뜯어 주기에 우리도 역시 부드러운 고기류나 곤충을 잘라서 준다. 우리가 먹이를 제공하는 방법도 실제 부모 동물이 어떻게 먹이를 주는지 배우고 공부하는 방법뿐이다.
 

 여기서 잠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렇게 우리가 직접 먹이를 부리에까지 제공하는 방법을 강제 급여라고 한다. 말 그대로 강제로 먹이를 주는 방법. 한글로는 꽤 강하게 들리겠지만 우리가 젖병에 우유를 타 먹이는 방법도 강제 급여라고 한다. 그리고 먹이 먹이는 방법도 세세한 연령이나 먹이 반응에 따라 다르다.   

  

 비둘기는 먹이를 먹는 방법이 약간 특이하다. 알려져 있기론 부모의 소낭(전위-말 그대로 소화기관인 위 전에 있으며 저장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조류마다 다른 형태로 관찰된다)에서 나오는 크롭 밀크(crop milk-crop이 사실 소낭이다)로 키운다고 하는데 나는 실제로 이 크롭 밀크를 본 적이 없다. 그저 내 인생의 센터 근무 초기 시절 때 배운 자료와 수의사 선생님들의 가르침으로 사료를 갈아서 물에 개어 먹이는 방법을 터득했었다. 그 당시 근무했던 센터에는 어린 비둘기가 구조되는 일이 잘 없어서 자주 써먹지는 못했다.      


 세월이 지나 나는 다른 야생동물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역마다 구조되는 동물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봐야 국내이지만 도심과 시외의 양상이 다르고 산맥이나 바다를 끼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약간씩 달라지는데 내가 후에 근무한 곳은 도심이었던 지라 집비둘기가 참 많았다. 그러니 새끼 집비둘기도 많이 접수되었는데, 이들을 우리가 키워 내보내야 했고 이미 이 일에 익숙해진 직원도 있었다.      


 이 시즌이 되어 새끼 집비둘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조류 사료(곡식 사료)를 갈아 체에 거른 사료를 냉장 보관해 둔다. 그리고는 틈틈이 밥시간마다 먹일 만큼 덜어 영양제(비타민 등)와 함께 따뜻한 물에 게워 주사기에 채운다. 그리곤 밥 먹일 새끼 집비둘기의 체중을 잰다. 하루의 첫 먹이 급여 전 공복 체중이 집비둘기가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된다. 간단한 검사(눈으로 밤새 괜찮았는지 살펴본다)가 끝나면 바로 먹이를 주는데 이때 새끼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그 방법이 사용된다.      


 처음 센터에서 배울 땐 근무하는 모두가 구조센터는 처음이었던 터라 고생이 많았다. 새끼 집비둘기한테 밥을 먹이는 방법도 그저 배우고 바로 하면 되는 게 아닌 이유가 일단 우린 걔네 엄마나 아빠가 아닌 낯선 사람이고, 우리도 이 어린 동물에게 먹이 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거다. 새끼 동물은 배고프다고 삑삑 대는데 도저히 우리는 요령이 없어 걔네 성이 차게 주지도 못하고 우리 성이 차게 먹이지도 못한다. 처음은 다들 그러겠지.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연구를 많이 하셨다. 그치만 적용해 본 수가 적으면 내 기술이 되지 못하는데, 나중 센터에서는 그걸 내 기술로 만들 수 있게 된 거다.      


 주사기에 담아진 먹이를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새끼 집비둘기한테 적당히 펴 보이면 새끼 집비둘기는 부모 새의 부리 사이에 자기 부리를 벌리듯이 우리 손가락 사이에 자기 부리를 쑤시다가 부리를 벌린다. 그러면 우린 그때를 맞추어 주사기 끝을 부리에 맞추고 먹이를 조금씩 넣어준다. 처음은 우리만큼 새끼 집비둘기도 헤맨다. 하지만 마음을 닦듯이 조금씩 기다려주면서 먹이를 먹이다 보면, 그 횟수에 따라 새끼 집비둘기도 곧잘 능숙해져서 합이 맞는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기술을 통달(?)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몇 번 합이 맞기까지가 조금 시간이 필요하지, 합만 맞으면 먹이는 건 금방이다. 그렇다고 기계처럼 먹인다고 오해는 마시라. 이젠 요령이 많이 늘어서 새끼 집비둘기 부리에 맞는 주사기에 먹이를 담고, 먹이기 전 물그릇에 담가둬 먹이의 온도 유지와 주사기 주변에 묻어나는 먹이가 새끼 집비둘기 부리를 더럽히지 않게 헹굴 수 있다. 물티슈는 상시 준비되어 있어 먹인 후 부리 주변을 또 싹 닦아준다. 그러면서 직원들끼리 손발이 척척 맞을 때면, 누가 이렇게 밥 주고 있을 때 누군 장 청소를 해준다. 그러고 나면 새끼 집비둘기는 배부르고 깨끗한 장에 다시 들어가서 따뜻한 적외선을 쬐며 나른해진다.     


 그렇게 새끼 동물을 종에 따라 맞는 먹이를 주고 청소도 한 번 돌고 나면 뿌듯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러는 동안 구조 전화는 계속 오고, 치료하는 애들은 약도 먹여야 하며, 밤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야 하고, 먹이 먹인 기록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는 거. 그러니 우린 기술이 숙달될 수밖에 없다. 가끔은 그렇게 일이 몰아치는 게 지치면서도 동물이 좋아 계속 출근한다.

 그것도 참 신기하다.



*제목의 사진은 밥달리고 부리를 벌리고 있는 새끼 집비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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