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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현 Apr 20. 2023

사랑이

죽음의 문턱에서

  오래전에 동물병원에서 잠시 일을 했었다.

 그때 당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어떤 분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이었는데 어떻게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걸 배웠던 곳이었다.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 있다.


 그 병원에는 몰티즈 세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내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한 켠에 간직한 건 그 몰티즈 중 한 마리. 제일 노견이면서 심장이 안 좋았던 아이였다. 이젠 이름도 기억에 없지만 글 쓰려고 하니 갑자기 "사랑이"라고 하고 싶어서 글 제목으로 정했다. 아마 맞을 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사랑이"는 동물병원에 있으면서 건강 관리와 산책과 미용까지 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장이 불편해서 그리 편안하다 할 수 없겠지만 노견이었던 터라 수술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약을 매일 먹고 있었다. 원장님은 항상 기침 소리를 살피며 약을 만드셨고 동네 한 바퀴 도는 산책도 하면서 몰티즈 세 마리에게 정성을 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엔 아마 주말이었던 것 같은데 마감을 나 혼자 하게 된 상황이 있었다. 원장님이 학회 같은 행사도 곧잘 가셨고 마감 청소가 주된 내 업무라서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여느 날처럼 마지막으로 몰티즈 세 마리를 집에서 나오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방 문을 열면 시간대를 알아서 항상 나올 준비를 하고, 집 문을 열어주면 알아서 나와 일도 보고 돌아다니고 놀기도 했다. 근데 그날은 이상하게 기다려도 "사랑이"가 나오질 않고 앉아만 있었다. 나오라고 해도 쳐다보기만 하던 "사랑이".


 그때 그 생각이 쉽게 떠올랐다. [마지막이구나.] 말해도 설명은 안 되겠지만 금방 알아차렸다. 그때의 나는 지금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맞다면 다음 날엔 쉬는 날이라 내가 없을 테니 나와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다가가서 열린 문 안으로 "사랑이"를 쓰다듬으며


 [그렇구나.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아. 하늘나라 가서는 더 행복하게 살고 나중에 내가 가면 또 만나자. 잘 가. ]


 그렇게 얘기하면서 눈을 맞춰주었다. 나를 쳐다보는 눈에서 이미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번 들어 안아주고 바닥에 내려주니 평소처럼 볼 일을 보고는 나에게 와서 안겨 다시 집으로 들이니 자리 잡고 앉아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마지막인지 모를 인사를 다시 한번 하고는 정리하고 퇴근했었다.


 휴무가 지난 후 출근했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죽었다고 들었다. 원장님 사모님이 얘기해 주셨는데  난 생각보다 침착했고 사모님이 더 걱정됐다. 되려 사모님은 내 얘길 듣고 내가 대신 인사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난 정말로 그때가 마지막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는 생명이 죽으면 가슴 한 켠에 묻게 되지 않나. 그중 하나가 그 "사랑이". 의미를 둔다면 그 아이가 나를 의지해줘서 나도 마지막을 알아차렸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욕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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