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처음에는 고문이나 액션과 같은 진한 느와르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초들의 세심한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를 보며 정치적인 색을 배제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박정희를 다룬 영화이니.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지도, 기대할 수도 없다.
영화의 앞부분에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앉게 된 배경 설명이 나온다. ‘5.16 군사 정변’이라고 설명했다. 5.16이나 5.18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뒤에 붙은 단어가 상당히 중요하다. 얕게 보면 정치적인 자존심 싸움부터, 크게 보면 우리의 인식까지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16을 ‘군사 정변이나 쿠테타’라고 부르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진보 진영에서 주로 사용한다. 반면, ‘군사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보수 진영에서 주로 사용한다.
영화는 ‘군사 정변’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또한, 영화에서 ‘혁명을 왜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고 결국 목적 없는 자신의 권력을 위한 혁명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군사 정변이라는 단어의 사용과 보수 진영에서 긍정적인 뜻을 지닌 혁명이라는 뜻의 퇴색을 통해 이 사건을 부정적으로 나타냈다.
‘임자 옆에 내가 있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대통령이 부장들에게, 실장에게 꺼낸 말이다. 뭐, 자신을 믿고 정말 좋은 뜻으로 저런 말을 꺼냈다면, 나름 듬직한 리더로 묘사되었을 텐데. 대통령은 이 말을 내뱉고, 정말 자신의 부하가 자신의 마음데로 하면 이를 꼬투리 잡아 자신의 곁에서 물러나게 한다. 대통령이 비열한 모습으로 묘사됨을 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정치적 색이 물들을 수 있다.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정치가 되었든, 사회적 이슈이든 최대한 중립적으로, 날카롭게 영화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