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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Jan 26. 2020

<해치지 않아> 누가, 누구에게 건네는 말인가?

가벼운 코미디극 속 동물에 대한 무거운 질문

 나름 코미디 장르에 부합하는 영화였고 재미있었다. 캐릭터의 설정들이 톡톡 튀었다. 성대 법대에 들어간 정봉이가 로펌에 들어갈 줄이야.     



‘동물 바람이 분다.’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상영관도, 브런치에도 동물 관련 얘기가 많다. <해치지 않아>뿐만 아니라 <닥터 투리틀>, <미스터 주 : 사라진 VIP>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고, 사람과 동물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에 동물 관련 큰 이슈라면 호주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이 있다던데. 하지만, 기존에도 동물을 향한 폭력,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는 항상 존재해왔었다. 나름 시의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웹툰과 영화’     


 안재홍과 강소라 주연의 <해치지 않아>는 웹툰 원작이다. 한국 영화시장이 웹툰에 거의 잠식되어가고 있다. ‘스크롤’의 문학인 웹툰이 거대한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상당히 젊고, 신선한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산업까지도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웹툰으로 젊은 층들의 인기를 거뒀다면, 영화의 안정성까지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하나에 잠식되고, 독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빠른 스크롤로 보는 웹툰은 아무 생각 없이 보기 마련이다. (웹툰도 숨겨진 코드들이 생각보다 많다) 따라서 웹툰 원작인 영화를 연속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기 쉽다. 하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코드들을 해석하고, 교훈을 얻는다면 상영 시간이 의미 있는 2시간이 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화 된 교훈이나 생각은 마음속 깊이,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기에.




‘해치지 않아’     


 영화를 볼 때, 동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직접 동물이 된 인물들의 모습에 집중하면 영화의 목적을 알 수 있다. 직접 탈을 쓰고 동물이 된 사람들을 관람객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사람과 동물의 겉모습을 빼고 본다면 뭐 다를 게 있는가?’라는 감독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콜라를 먹는 곰에게 환호를 하다니. 우리는 어쩌면 동물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일상화되었고, 이를 즐기기까지 하지는 않는가?

 영화 제목이 조금 특이했다. ‘해치지 않아’, 누가 누구에게 건네는 말인가? 사람이 동물에게? 동물이 사람에게?     


 가벼운 코미디 속에 깊게 숨은 동물에 대한 무거운 질문. 웃으며 보고, 영화관에서 나오며 한 번 더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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