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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Nov 11. 2020

우리의 새벽은 당신의 밤보다 길다, <제 2의 밤>

대학생들의 새로운 문화, <제2의 밤>     


  2020년 우리들의 새벽은 당신들의 밤보다 길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온택트 시대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식사의 모습부터 만남의 형태까지, 우리의 삶이 한순간에 바뀌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아침마다 학교로 직접 등교할 필요가 없어졌다. 등교 없는 수업으로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졌기에 우리는 일찍 잠들지 않는다. 

 이제는 새벽 시간을 온전히 소유하게 되었다. 잠에들 때까지의 시간을 우리만의 시간으로 새롭게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MZ 세대답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숏폼 콘텐츠들을 주로 소비한다. ‘제2의 밤’이란 바로 우리 대학생들의 꺼지지 않는, 밤 다음의 밤, 새벽의 시간을 뜻한다.

 마침,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산업이 성장했고 유튜브를 중심 숏폼 콘텐츠 문화가 우리 삶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이 변화들은 온택트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강력한 반응을 초래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콘텐츠와 미디어가 인간과 가까워진 것이었다. 나아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외로움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새벽 시간 콘텐츠들로 해소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여, 과거에는 소수만이 즐겼던 새벽 시간을 다수가 즐기는 대중문화로 인도했다. 우리는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 앞에서 각자의 꺼지지 않는 ‘두 번째 밤’을 즐긴다.          



슬기로운 새벽 생활     


 ‘제2의 밤’은 좋은 영향만을 주지 않는다. 콘텐츠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다, 문득 한 번쯤은 ‘이거 봐서 뭐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소확행’이라는 프레임 속, 의미는 없고 재미뿐인 콘텐츠들이 미디어 산업을 물들이고 있다. 이는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저해하고, 어쩌면 콘텐츠 산업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말 것이다.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들은 사랑 같은 단순한 감정만을 자극하는 콘텐츠 또는 블록퍼스터 콘텐츠뿐이다. 또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수많은 영화는 1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콘텐츠의 공통점은 생각 없이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새벽에 소비하는 콘텐츠는 영화관에서 집중하며 보는 비판적인 영화나 상징을 벗기며 보는 영화와 다르다. 새벽이기에 낮은 집중력으로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짧고, 말초 신경만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질 낮은 콘텐츠의 소비와 공급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눈만을 자극하는, 말초 신경만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익숙해져 간다. 영화 속 숨겨진 메시지와 상징에 숨겨진 비판적인 메시지를 귀찮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극적이고 재미뿐인 콘텐츠만을 사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이러한 콘텐츠만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끊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콘텐츠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 재미뿐인 콘텐츠만을 추구하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콘텐츠의 의미를 분석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더욱 다면적으로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로 인해 강화된 비판적 사고는 삶의 여러 곳에서 분명히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콘텐츠 시청(see)에서 멈추지 말고, 해석(watch)으로 이어가야 한다. 당신의 슬기로운 새벽 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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