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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Aug 26. 2021

알고리즘의 그림자 : 다시, 인간으로

 인턴이나 신입사원 지원사이트를 보면 유독 Ai나 개발자들을 구하는 공고가 많이 보인다. 이제는 문/이과의 경계도 없어졌고, 코딩 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그토록 기업들이 코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Ai와 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더 완벽하게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가장 대표적으로 알고리즘으로 사업을 운영해가는 사례이다. 유튜브는 실시간 피드백 루프(좋아요, 싫어요, 동영상 시청시간 등)를 통해 각 시청자의 관심사에 맞는 동영상을 검색해준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시청기록, 콘텐츠 평가 결과와 더불어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의 영상 목록, 장르, 배우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처음에는 좋았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었기에. 그런데 과연,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게 해주는, 입에 숟가락으로 밥을 떠다 주는 알고리즘이 좋기만 한 것일까?     



 빼앗긴 선택의 즐거움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도, 가족들과 장을 보러 갈 때도, 언제나 항상 밝은 모습으로 카트 손잡이를 양손에 쥔다. 마트에 들어서면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까먹을 정도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번 달의 특가 상품도 보고, 계절별 과일들도 찾아본다.

 그러다, 정육 코너 앞에 멈추어 섰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무엇을 어떻게 해 먹을지와 같은 고민. 돼지고기를 김치찌개에 넣어 먹을지, 소고기를 구워서 먹을지와 같은 행복한 생각들. 그러다 저번 주에 TV에서 봤던, 에어프라이어로 요리한 돼지 바비큐가 생각나서 돼지고기로 정했다. 처음 해보는 요리인 만큼 기대감에 부풀어, 국산 돼지고기를 구매했다.

 알고리즘이었다면, 그날 한돈을 추천했을까?

 평소에 가성비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한돈을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이미 먹었기에, 먹었던 돼지고기를 추천했을까?

 알고리즘은 해줄 수 없는 것, 선택의 즐거움. 인터넷 쇼핑과 알고리즘이 만나면 내 장보기의 즐거움은 없어질 것이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도 이와 손을 잡으면 아예 집 밖을 나갈 일도 없어질 것이다. 수많은 제품의 질감, 향기를, 콘텐츠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느끼며 상상하는 일들. 그 일들의 즐거움은 점점 사라져 간다. 양방향성의 시대가, 다시 일방향의 시대로 회귀한다.     



 심화된 선택장애     



 “뭐 먹을래?”라고 묻는 물음에, 아무거나라고 답한다. 그러고는 본인이 선택 장애가 있다며 웃으며 넘어간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야기한다. ‘선택장애, 이제는 그만’, ‘알아서 추천해주는 서비스’. 그렇게 그들의 기술로 인해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쉽게 선택하게 된다.

 물렁해져가는 선택의 근육.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감상할지와 같은 작은 선택들을 추천받는 것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에 대한 선택이나, 자신의 인생을 뒤집는 선택의 기회에도 한없이 추천을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사소한 선택으로부터 키워져야 했을 선택 근육. 그 사소한 선택들을 앗아가는 알고리즘.  


   

 역주행의 아이러니     



 이유 없이 알고리즘으로 뜨는 영상들. 뜬금없는 저화질과 짧은 영상. 역주행이라 불리는 영상들. 원래는 추천 영상에 뜨면 안 되는 영상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타나고, 인기가 많아지는 영상들. 알고리즘의 숨겨진 능력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류가 아닐까?

 원래는 추천 대상이 아님에도 인기가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알고리즘 밖에도 숨겨진 좋은 영상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알고리즘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 이는 알고리즘 밖의 원석들을 도외시한다.          




 알고리즘이 과연 좋은 것인가? 추천은 우리가, 선택을 결국 당신의 몫이라는 속삭임에 넘어가고는 있지 않은가? 선택의 폭을 너무나 줄여두고, 그 안에서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과연 이들이 우리가 편해지는 것만을 위해 추천을 해주는 것일까?

 그들에게 우리의 시간은 돈이다. 우리를 자신의 플랫폼에 1초라도 더 발을 묶게 하는 것이 더 많은 광고 노출로 이어지고, 타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쇼핑몰의 추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소비를 강요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은 사실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오늘은 어떤 밥을 먹을 것이고, 어떤 콘텐츠를 감상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한다. 더이상 일방적으로 강요받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 나의 선택은 내일의 나를 만들기에. 다시, 인간으로. 르-르네상스의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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