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인혁 Sep 30. 2021

경쟁 포맷 프로그램의 민낯

꿈을 향한 노력과 응원하는 이들 뒤, 숨겨진 것들

경쟁사회


 요즈음 할 게 없어서 TV를 틀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라는 댄스 서바이벌인지 경연 대회인지 모를 방송이 자주 보인다. 요즘 그렇게 인기라던데. 사실 나는 춤이나 연예계 쪽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무튼 경쟁을 컨셉으로 가져왔다는 것, 그리고 여자 댄스 크루만 참가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경쟁을 컨셉으로 가져온 방송.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것 같다. 유독 한국에서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항상 화제성은 확실했다던데. 외국에 포맷도 수출하고 경연이라는 형식이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K-POP과도 잘 어울려서 그러겠다.


 콘텐츠 같은 것들은 좋아하기만 하면 안 되니까, 서사에 단점들을 묻어가기도 하니까 누군가는 싫을 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이돌이 가장 힘든 직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항상 남들에게 잘 보이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겠다. 무대에서는 무대 위니까, 퇴근길에는 퇴근길이니까, 지인들과의 시간들까지도 그들을 통해 소문이 날까 두려워 항상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으리라. 춤에 노래에 외모에 인간성까지 항상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겠다.




불쌍하다는 감정

 <아이돌학교>, <프로듀스101>, <프로듀스 48>, <프로듀스X101>,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걸스플레닛999 : 소녀대전> 나열하기도 힘든, 어쩌면 더 있었을 수많은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을 출연하기 위해,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다는 세상이 참 그렇다. 나는 참가자도 불쌍하고, 그들 중 한 명을 자신의 최애라며 응원하는 내 주변 사람들도 불쌍하다.

 당신들은 불쌍하다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저기까지 왔고, 꿈에 더 다가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이들이 왜 불쌍한지.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멋진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왜 불쌍하다는 건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순수한 노력과 사랑을 낮잡아 보았다며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판 위의 말


 그들의 땀과 우리의 사랑 뒤에는 각본이 있고 각본 뒤에는 돈밖에 없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나 방송사에게 경쟁 포맷 프로그램은 돈벌이이고, 참가자들은 그 판 위의 말이다.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어떤 스토리를 짜낼 것이고, 그 판에 맞추어 움직일 것이다. 이미 데뷔 조를 만든 상태에서 방송에 들어갔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오히려 그들의 열정과 바람을 이용하여 더욱 열심히 방송을 꾸며나갈 것이다.

 소형 소속사들은 큰 방송을 통해 자신의 소속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고, 연습생들에게도 이는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물론 빛을 볼 수 있기는 하겠다. 자신이 탈락하기 전까지, 혹은 데뷔 조까지 살아남아 해체될 때까지. 경쟁 포맷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프로듀스>의 최종 데뷔 조는 일정 기간 후에 그룹을 해체한다. 각기 다른 소속사들의 연습생이 모인 그룹이기에. 어쨌든 알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든 해체된다. 그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청하를 제외하면 성공했다고 할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이어서 아름다운 것이었나보다. 팀원 각각 따로 존재할 때보다, 모여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겠다.               


그들이어야만 하는 이유     


 그들은 짜인 각본 속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남는다. 그렇게 달려온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팬들이겠다. 자신이 자식처럼 뽑아서 만들어낸 아이돌을 향한 팬심은 모성애와 부성애 같은 더 큰 팬심으로 커져만 간다.

 자신이 뽑았기에 더욱 애착이 갈 뿐만 아니라, 우리 데뷔 조에게는 더 큰 매력이 있다. 끝이 정해진 만남이라는 것. 정해진 이별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팬들은 정해진 이별의 날이 올 때까지 더 진심으로 사랑할 것이다. 

 구설에 올라서 해체하는 것이 아니고, 불화설로 인해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 부터의 어쩔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찢어지게 된다.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 그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을 보여주고 떠나버린다. 신드롬으로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기억뿐이리다.        


그들의 민낯

       

 그 경쟁하는 방송들은 꿈과 노력, 열정, 응원, 사랑. 온갖 좋은 단어들은 다 가져다 붙여 놓았다. 팬심이라는 사랑과 꿈을 찾는 소녀와 소년들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덮어 프로그램 비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는다. 사랑을 공격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 것이다. 순수한 사랑을 이용하는 것이며, 어쩌면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잔인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을까. 오히려 꿈을 짓밟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떨어지고 나서의 후유증과 허탈감,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꿈을 포기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소녀, 소년들에게 갑자기 큰 인기를 몰아주는 것은 또 어떠한가. 그 어린 사람들이 갑작스레 얻거나,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인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만남의 순간부터 헤어짐의 순간까지도 돈으로 팔아먹는 사람들이겠다. 그들의 사랑 노래는 사랑 자체를 노래했다기보다는 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의 성향이 깊다. 방송은 그들의 특정한 상황(정해진 이별)을 이용하여 단기간에 최대한의 이득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노래도, 콘서트도, 처음부터 끝까지.

    

Shoot! Take a Panorama 깊은 어둠 속 빛나는 별처럼 
우린 어디서든 서로 알아볼 수 있어 - 아이즈원, <Panorama>     
내리는 비가 그칠 때쯤에 그때 다시 만나요 
우리 다시 웃으며 함께 있을게요 - 아이오아이, <소나기>  


 그렇게 화제성을 끌어오고, 최대한의 이득을 보고는 해체로 끝난다. 물론 본인들이 계약한 내용이겠지만, 그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겠다.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연예계의 구조, TV에 1초라도 더 나오기 위해 난리를 치겠다만, 그래도.

 정말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다면 충분한 시간과 경험을 주는 게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방송에만 의존하지 않게. 팀이 아닌 개인으로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물론 그러지 않을 걸 알고 있지만,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리즘의 그림자 : 다시, 인간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