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인혁 Feb 12. 2021

별자리, 구름자리

코로 맡는 냄새가 아닌, 마음으로 맡는 냄새가 있다. 겨울 냄새와 햇살 냄새 같은 것들 말이다. 나도 무언가 과거를,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의 냄새가 나곤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었을까, 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곤 했다. 공원이나 박물관이나 어디든. 그때는 집에 차가 없었기에 항상 버스로 다녀야만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엄마와 '구름자리 찾기'라는 놀이를 했다. 말 그대로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듯, 구름의 모양을 보고 그와 닮은 대상을 찾는 것이다.

"저 구름은 뭘 닮았어?"

"코뿔소.. 저건 사자같아요."

그 때는 호기심도, 상상력도 많았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하늘만 쳐다봤다. 몇 개 찾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도착해버린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버스에 타서도 창 밖으로 계속해서 하늘만 쳐다봤다. 목이 뻐근할 정도로. 기억 속, 그때의 하늘은 항상 하얗고 푸르렀다. 무언가 따뜻하고 포근한 향기로 가득했다. 

그렇게 어렸던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볼 시간도 별로 없는 어른이 되었다. 하늘이 아닌 책과 컴퓨터를 쳐다보며 뻐근해진 목, 상상력은 현실에 부딪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살아있다. 일과를 마치고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도시의 빛에 가려진 밤하늘은 별이 몇 개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별을 보고 싶어 시골로 내려가겠는가.

논인지 밭인지 모를 칠흙 같은 길. 멀리 희미한 불빛과 이어진 전신주는 그래도 여기가 사람은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가끔씩 큰 소리와 함께 지나가는 기차와 기찻길이 보인다. 가을 밤의 신선한 공기와 조용한 길. 풀벌래들의 소리는 더 없이 그 날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서울의 빛나는 전광판, 도심의 불빛이 없는 시골의 밤하늘. 눈으로 하나하나 별을 셀 수 있는 도시와 달리, 그 곳에서는 한 눈에 훑어보기도 힘든 많은 별이 보인다. 그 많은 빛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없어 계속해서 쳐다보다보면 눈의 초점이 흐려진다. 밤하늘에 빠져버려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그 많은 별을 한 눈에 담을 수 없다는 것.

별들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면 그때의 냄새가 떠오른다. 따뜻하고 포근한 그때. 냄새는 기억과 뒤엉켜 나를 적신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별들을 이어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돌아갈 수 없는 기억 속의 시간들을 이렇게나마 느껴보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 전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