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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Feb 11. 2021

마음 전송

선물, 도대체 선물이 뭐길래 우리는 이토록 선물에 열광하는 것인가? 온갖 수많은 기념일, 그 기념일엔 온갖 선물들이 오간다. 사실, 선물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단순히, 물건의 가치를 넘어선, 누군가의 마음이 선물로 표현되는 것이다. 받는 이를 생각하며 들인 시간과, 정성을 담아 보내기에. 비싼 명품 선물을 구매하기 위한 노력, 하루를 꼬박 새며 써내려간 손편지 모두. 

요즘 사람들은 아마 선물을 기프티콘으로 많이들 생각할 것이다. 주기에도 받기에도 편하고, SNS에 올리기도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수를 따라가는게 좋을 수도 있지만, 나는 회귀하려 한다. 핸드폰 화면을 통한 선물이 큰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기프티콘은 선물을 '편하게'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 아닌가? 마임이 담긴 무언가를 편하게 보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모순적으로 들린다. 내가 받은 많은 기프티콘은 하나같이 선물함에 쌓여있다. 누가, 언제, 왜 준 것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선물 전달법으로 마음을 전한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해져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생일이었기에 나도 선물을 준비했다. 기프티콘은 주고 싶지 않았고, 또 부담이 되지 않을, 그렇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었다. 편의점을 돌며 그 사람이 평소에 좋아한다고 말한, 그걸 어찌 주워들은 나는 그 과자를 샀다. 하나만 주는 것은 정이 없다고 말씀하신 어머니의 말이 기억나, 두 개를 샀다. 나의 선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종이 상자의 뒷면을 안보이게, 조심히 뜯었다. 비닐로 포장된 과라를 뺐다. 그리고는 텅 빈 상자에 짧은 편지를 과자봉지와 함께 넣었다. 다시, 뜯은 종이상자를 조심히 새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고는 그의 생일에 무심한 듯 챙겨주었다.

아마, 처음에는 실망했을 것이다. 친해져가는 사람이 기껏 준비한 선물이 고작 과자라니.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라도 해도. 하지만, 선물을 받고, 집에서 포장을 뜯는 순간, 그 실망은 더 큰 고마움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 상자에는 선물을 준비한 나의 시간과 진심이 담겨져있었기에.

선물을 주고난 며칠 후, 연락이 왔다. 배가 허전해서 과자를 뜯는데 편지가 안에서 나왔고, 어떻게 편지를 넣었냐며 물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고맙다는 연락이었다. 이제 당신은 내가 준 과자만 보면, 아니 어쩌면 자신의 생일만 되면 나를 기억해낼 지 모른다.

딱히 당신의 기억에 남기 위해, 계산적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선물에는 노력이, 또 그 노력에는 나의 진심이 담겨져있었다.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닌 마음을 주는 것이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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