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D.P.>  :  Deserter Pursuit, '탈영병 추적'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이제 웹툰을 소스로 만들어낸 OSMU 콘텐츠는 특이한 콘텐츠의 모습에서 대중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듯싶다. OTT의 대중화로 인해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짧지만, 그렇다고 TV 드라마로는 보여주기에는 긴 이야기’들을 6~8화로의 드라마로 표현하는 형식도 마찬가지로 흔히 보이게 되었다.

 게다가,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집단인 군대를 다룬다는 점은 DP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흥미로운 형식과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온 콘텐츠였다.     

 인트로가 매력적이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학창시절을 거쳐 입대하는 그 순간까지의 모습을 1분이라는 시간 안에 보여주었다. 잔잔하면서도 아련함이 느껴진다. 각자의 꿈을 지니고 있던, 각자의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 있던 이들이었으리라. 국방의 의무, 병역 의무 앞에선 이들의 눈빛은 무언가 슬퍼 보인다. 마치 그들의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아는 것처럼. 그렇게 드라마의 분위기를 잡아주고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인의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군대인만큼, 탈영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괴롭힘을 참을 수 없어서와 같은 다양한 이유들. 그 사이에서 규칙과 인간성 사이를 고뇌하는 DP조 인물들의 입체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 없었다. 1953이라는 네 숫자. 조석봉은 자신의 수통 제작 년도를 읊는다. 수통도 바꿔주지 않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냐는, 바뀌지 않는 것이 군대라는 것을. 울분 섞인 푸념이었다.          

멈출 수 없는 : 관성

 내가 했으니까, 너도 해야 한다는 마음.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부터 모든 부조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규정을 잘 지키고, 군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계도로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잘못이 모두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는 군대의 특성상, 연대책임을 묻게 된다. 연대책임이라는 것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병사가 잘못하면 간부도 벌을 받고, 후임이 잘못하면 선임도 벌을 받는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피해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상급자의 계도가 간섭으로 이어지고, 지시로 이어지고, 부조리로 이어지게 된다. 부조리가 된 계도는 관성으로 이어진다. 규칙을 넘어선 생활에서도 간섭이 시작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끝을 향해 돌진해 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무엇이 다른가. 관성을 걷어낸다면, 다 똑같은 사람이다. 결국, 그도 죽음 앞에서는 관성 따위는 없는 나약한 사람일 뿐이다.              

나만 아니면 돼

 군대에서는 모두가 외롭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아서, 가족과 떨어져 있어서, 친구를 만나지 못해서와 같은 외로움이 아니다.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무도 나를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외로움이다.

 누가 다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병원도 아무나 보내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다 보면, 본인도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저 자신만 편하면 되고, 자신만 안전하면 된다. 그렇게 자신도 관성을 따라 괴물이 되어간다. 무관심은 관성을 더욱 키운다. 그렇게 막기 버거운 속도로 달려간다. 눈가리개를 쓴 경주마처럼,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처럼.

 <D.P.>에게서 재미만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가져다두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다.

 관성을 막는 마찰을 내줄 것. 함께 아파하고 목소리를 내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