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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Aug 01. 2019

죽은 자들을 위한, <호텔 델루나>

호텔 델루나

 스튜디오드래곤과 tvN의 인연은 생각보다 깊다. 같은 CJ 계열사로, 둘이 함께하여 성공적인 드라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성공작품으로는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와 <미스터 선샤인>을 들 수 있다. 이런 스튜디오드래곤의 좋은 콘텐츠들을 통해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tvN에게 드라마의 르네상스를 가져다주었다.

 tvN은 비공중파는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방송을 할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채널이 되었다.



죽은 자들을 위한 호텔, 1300년을 넘나드는 배경


 드라마는 자신의 과거 죗값을 치루기 위해 마고신에게 벌을 받는 호텔 델루나의 사장 ‘장만월’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죽은 사람도 아닌, 산 사람도 아닌 그저 시간이 멈춘 사람이다. 그녀는 1300년 동안 긴 세월을 거쳐 오며 '죽은 사람들을 위한 호텔 : 호텔 델루나'를 운영하며 그녀의 죗값을 치르고 있다. 그러던 중 ‘마고신’은 그녀에게 인간 호텔리어‘구찬성’을 보내어 그녀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려고 돕는다.

 이러한 신에 의한 <죄 – 처벌 - 반성 – 용서>의 서사구조에, 사랑을 매개로 반성을 하는 큰 틀의 스토리로 진행된다. 위의 큰 틀 위에 각 회마다 잠시 스쳐가는 손님들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다룸으로서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긴 시간을 거쳐 온 장만월의 과거는 드라마의 장르가 헷갈릴 만큼 다양한 배경을 보여준다. 호텔 델루나에 걸려있는 ‘그녀의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의 폭넓은 전사를 보여주는 플래시백은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든다. <호텔 델루나>에서는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현란한 편집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준비되어 있다.  


편한 힐링 드라마 + 긴장감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힐링 드라마’였다. 타 드라마와는 달리 ‘절대 악’과 큰 갈등을 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심지어 그녀가 받는 '벌'도 깨달음을 위한 장치 중 하나이고 그 벌을 준 신도 오히려 그녀가 용서받는 것을 도와준다. 또한 호텔의 목적 자체도 죽기 전, 살면서 못해본 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고 체크아웃을 하면 리무진으로 배웅까지 해준다. 물론 중간에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악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도 각자의 사연있는 전사가 있고 오히려 휴머니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힐링’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드라마의 템포가 루즈해질 것이다. 느린 템포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 어렵다. 이를 채우기 위해 중간중간에 여러 귀신들의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조마조마한 장면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드라마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었다.  


‘장만월’과 나무, 끝을 알기에 더 슬픈 헤어짐

 나무는 장만월을 비유한다. 호텔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나무는 항상 그녀의 옆에, 그녀를 지켜보며 서있었다. 1000년 동안 그녀처럼 죽은 나무도 아닌, 산 나무도 아닌 시간이 멈춘 나무로 말이다. 그러나 차갑기만 하던 그녀의 마음을 흔든 ‘구찬성’의 등장 이후 나무에는 ‘잎’이 생겼다.


 아름답지만 슬픈 장면이다. 

 앞으로 그녀의 시간은 흐를 것이다. 나무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면, 꽃은 진다. 앞으로 그녀도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그 꽃이 지면 그녀는 삼도천을 건널 것이다. 사랑하는 ‘구찬성’을 남겨둔 체로. ‘구찬성’은 아직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언젠간 ‘장만월’은 저승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헤어질 것을 알기에 남은 시간은 더욱 특별해지고 우리에게 더욱 슬픈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론 시간이 흘러 둘이 서로 늙어갈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런 뻔한 해피엔딩일지는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 장만월은 사치를 부릴까?


 장만월이 사치를 부리는 이유가 PPL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드라마 한 편에만 수많은 옷을 갈아입고, 항상 샴페인과 함께 지내며 고급 승용차들과 함께 나온다.



 드라마 시청자의 최대 적은 바로 PPL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의 회상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말’과 ‘술’이 '자동차'와 '샴페인'으로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PPL을 넘어선 ‘그냥 광고’보다는 시청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샴페인과 자동차에 집착하는 사치스러운 그녀의 전사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있다면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PPL이 드라마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는 드라마를 사랑하기에 이를 방해된다고 싫어하지만 그 사랑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PPL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준종편 방송이자 2049의 높은 시청률에 의해 많은 PPL 제의가 들어왔을 만큼 창의적인 PPL 도입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시청률보다 높은 화제성


 <호텔 델루나>는 3주 연속 TV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방영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첫 주 화제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의 출연진 화제성도 1,2위에 올랐던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가 크다. 최근 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TV시청률이 분산되기 때문에 시청률만큼 ‘화제성’도 중요시 여기는 추세이다. 이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꽃이 피고 지는 날이 와도
이것 하나만 기억해줘요
그댈 향한 마음을
언젠가는 우리
멀어질지 몰라도
- ost <그대라는 시> 中 by 태연

 또한 OST에도 큰 신경을 썼다. 이처럼 드라마와 딱 맞아떨어지는 가사와 분위기를 가진 OST들은 흔하지 않다. 노래가사를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들어본다면 그들의 감정을 한 층 깊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8월 1일 멜론 실시간 차트의 1위는 <그대라는 시>, 5위는 <내 맘을 볼 수 있나요>로 모두 <호텔 델루나>의 OST이다. 7/22~7/28의 주간 차트는 <그대라는 시>가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와의 조화와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큰 스토리만 신경쓴 것이 아닌 PPL이나 OST와 같은 세부사항까지 신경 쓴 <호텔 델루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출처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400357
http://program.tving.com/tvn/hoteldelluna/8/Board/List
https://moonpmj.tistory.com/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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