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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Jun 16. 2020

사랑해요. 내 삶의 유일한 여자예요.

남달라 닥터리의 음악 어디까지 들어봤니

 Elgar “Salut d’amour”

                에드워드 엘가 “사랑의 인사” 



<엘가의 이야기>


 피아노 반주를 좀 가르쳐 줄 수 있냐는 의뢰가 들어왔다. 

무명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인 나에게 말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는 나는 흔쾌히 승낙을 하고 학생을 만나러 갔다. 앨리스는 나보다 8살이나 많았고, 여러 면에서 뛰어났다.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탓에 아빠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며, 덕분에 다양한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또한 그녀는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나 소설가이자 작가 활동 중이었다. 아버지의 은퇴로 정착을 결심하면서 피아노 반주를 배우길 원했고 운명처럼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가난했던 탓에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에게  명문가 집안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앨리스는 나에게 멋진 학생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녀에게 잠깐의 방황의 시기가 있긴 했지만 우리의 만남은 지속되었다. 서로 간의 계층은 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의 사이는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를 넘어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갔다. 그녀가 나보다 8살이나 많다는 건 나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해 음악에 자신감이 없던 나에게 앨리스는 나의 음악적 재능에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빛 같은 존재였다. 서로 함께하는 3년의 시간 동안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강해진 우리는 평생을 함께하길 원했다. 


하지만 나와 너무 다른 그녀이기에 앨리스 집안에서는 우리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보다 8살이 어리다는 점, 종교가 그녀의 가족이 믿는 개신교가 아닌 가톨릭이라는 점, 기사 작위를 가진 장성한 그녀의 가문과는 다르게 가난한 노동자 집안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돈 없는 무명 음악가라는 점에서 나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단단했다. 집안의 강력한 반대에도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어떤 것보다도 서로를 너무 원했다. 물론 지금 가진 건 없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녀 또한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할 만큼 나와 함께하길 원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상속권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만든 시 “ 바람 부는 새벽 (The Wind At Dawn)” 을 나에게 선물했다. 그녀의 시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가 나에게 준 이 선물을 의미 있게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음악을 입혀 그녀에게 다시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단, 좀 특별하게 주고 싶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를 향한 나의 열정적이고 간절한 사랑을 담아 난 곡을 만들었다. 그녀에게 프러포즈하는 그 날, 나는 표지에 ‘내 약혼녀 엘리스에게 바칩니다’라는 말과 함께 음악 “Salut d’amour”을 선물했다. 이렇게 서로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한 우리는 만난 지 3년 만에 이듬해 그녀의 이모와 삼촌, 나의 부모님과 친구 앞에서 조촐하게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작가의 시선>


결혼식에 가면 항상 나오는 곡

레스토랑 가면 항상 나오는 곡

제목은 몰라도 음악은 아는 곡


‘사랑의 인사’는 나에게 그런 곡이었다. 클래식이지만 클래식이 아닌 것 같은…

배경음악으로만 들어온 곡이라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KBS ‘클래식 오디세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씨의 연주를 보게 되었다. 분명 지금까지 수천번 들어오던 ‘사랑의 인사’ 였는데 그 날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듯한 곡이었다. 난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내 귀에 모든 세포를 집중시켰다.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조화로움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따뜻한 기분은 내 몸을 감싸는 듯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이 내리는 어느 크리스마스 날, 나는 따뜻한 벽난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있는 거실 창가에 앉아있었다.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하늘에서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한 해를 마감하고 있었다. 연말이라 아무래도 모임이 꽤 있었지만 시끄러운 파티보다 한 해 동안 수고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나 그리웠기에 혼자 집에 머물고 싶었다. 때마침 하늘에서 예쁘게 눈이 내리고 있었고 ‘사랑의 인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내 마음을 따뜻하고 편하게 만들어주었고 또한 안정적이고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결혼식장에서 무심코 듣던 음악 같지 않았다. 레스토랑에서 흘려듣는 음악 같지 않았다.

음악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깊이가 있었고 단순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굉장히 서정적이었다. 

난 이렇게 ‘사랑의 인사’를 다시 만났다. 


작곡가가 이 곡을 통해 말하려는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랬다. 그는 가진 게 없었다. 

그가 가진 거라곤 음악적인 재능이 전부였다. 

그에게 있어서 곡을 만들어 선물하는 게 사랑하는 그녀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가진 거 하나 없는 내가 뭐가 좋다고 모든 걸 포기하는 앨리스, 

그는 그녀가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을까… 

고맙고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면서 곡을 만들었을까…

이 곡에 대해 생각할수록 단순한 선율이 사랑의 절제를 보여주는 거 같아 더 애잔하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그녀와의 행복과 즐거움 또한 그 음악에 담겨 있기에 환하고 밝은 무드는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곡이 너무 유명한 탓에 바이올린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까지 바이올린 연주가 최고 인듯하다. 바이올린의 가늘지만 힘 있는 소리로 만들어내는 사랑노래는 그 어떤 악기의 소리보다 애절함이 단연 돋보인다. 


썸 타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시금 내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면,

결혼식장 배경음악으로서가 아니라 이 음악의 진심을 생각하면서 이 음악과 함께 한다면,

당신의 사랑도 이 작곡가처럼 해피엔딩이 되리라 믿는다. 

사랑하신다면 이 음악과 함께 말해보세요. 

세상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거예요. 혼자보다는 함께가 좋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SXLOF-z5Z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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