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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02. 2022

나도 아동학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애미가 좀 더 노력할게

작년 일이다. 초3이던 큰 아이는 격주로 등교 수업을 했다. 등교를 하지 않는 주에는 실시간 원격수업에 e학습터를 활용한 수업을 병행한다.

평소 방에서 e학습터 수업을 보던 아이가 그날따라 식탁에 나와 앉아 영상을 틀었다.
 
주제는 아동학대. 아동학대의 사례들을 얘기해 주는데 나의 평소 모습도 그것들에 포함됐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가끔 등짝 스매싱을 날리던 내 모습,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던 내 모습, 험한 말을 일삼던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아이는 "빨리 와 봐. 애들 때리는 엄마 아빠가 있대!"라며 동생을 불렀다.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있냐며 호들갑 떠는 모습을 보니 뜨끔했다.
 
영상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믿는 친부모에게 가장 많이 학대를 당하며, 학대를 당할 경우 대화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학대의 주체가 부모이니 부모와 대화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동학대.
나 역시 누굴 탓할 입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론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지만 나도 수시로 정서적인 학대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아이가 해당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바르게 자라게 한다는 명목으로, 그 외의 여러 가지 명목으로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얼마나 학대했던가. 내 민낯을 그 영상이 고발하기라도 하는 것 같아 몹시 부끄러웠다.  
 
"엄마가 너희한테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도 학대였나 봐~" 모르는 척 얘기하며 "미안해. 앞으로는 조심할게."라는 사과의 말도 덧붙였다. 아이들은 내게 그건 학대가 아니라고 위로했지만 모진 학대로 명을 달리 한 아이들도 그렇게 부모 편을 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소중한 아이들에게 나는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걸까. 어차피 매일 후회하면서 그 못된 루틴을 왜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당시 부쩍 짜증과 화가 많아진 나였기에 아동학대 영상은 나게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사과를 한 이후에도 표정과 말투와 행동과 그 외의 것들로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내 자신이 참 어이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과천선이 시급했다. 

일단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화를 줄여보자고 다짐했다. 의도적으로 나의 쉬는 시간을 만들고, 내 마음부터 안정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 중이다.  자체 평가 결과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얘들아, 기다려~. 곧 달라진 엄마를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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