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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y 02. 2022

어린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두고

8살 두 여자아이가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구경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날 대화의 주제는 엄마였다.

"엄마들은 얼굴도 이름도 다른데 비슷한 게 많아"라며 신기해했다. 특히 화내는 것이 똑같다며 맞장구치던 아이들은 깔깔깔 소리 내서 웃었다.


두 아이는 이내 자신의 아빠가 엄청 무섭다는 공통점까지 찾아냈다. 그러더니 곧 누구 아빠가 더 무서운지 배틀이 시작됐다.


"나는 아빠한테 엉덩이 한 대만 맞아도 눈물이 핑 나."

"나는 꿀밤을 맞았는데 아빠가 또 그러면 백대 맞는다고 했어."

"우리 아빠는 목소리가 엄청 커서 화를 내면 정말 무서워."

"우리 아빠도 그래. 머리가 멍해져."


누구의 아빠가 더 무서운지 결판은 나지 않았지만 두 아이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나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마치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많은 시간 아이와 내 사이에 결계를 쳤다. 아이를 그 안에 가둬놓고 밖에서 지켜보며 내 뜻대로 길들이려 했다. 아이와 나를 동일한 인격체로 생각하기보다 내가 통제하고 돌봐야 하는 책임감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이를 이해하기 힘든 날들이 많았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여러 육아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 역시 결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픽사베이


그날 두 아이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결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탁을 받듯 나와 아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게 됐다. 아이는 아직 어릴 뿐 나처럼 생각할 줄 아이라는 것,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 나 역시 그때는 그랬다는 것, 그러니 아이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며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 결계를 허물어야 하는 여러 이유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은 서로의 용돈 받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학교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각자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논평도 했다가 꽃이나 나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아이의 마음과 그들만의 두려움이나 기쁨 같은 것이 대화 속에 가득했다. 부모-자녀 간 대화로도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만 아이들끼리의 대화 속에는 어른이 이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들만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있었다. 한 베스트셀러가 이야기하듯 어린이라는 세계가 느껴졌다.


ⓒ픽사베이


2022년 5월 5일은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어떤 해보다 더 의미 있는 어린이날이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날에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좋은 곳에 데려가는 것도 좋지만 그들만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로 들어서는 방법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찾은 방법은 아이들의 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서 이야기 한 것처럼 어린이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세계 역시 더 넓어진다. 힘들게만 생각했던 육아에도 봄볕이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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