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라면, 아니 전업이 아니어도 주부로서의 삶을 사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느끼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다섯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1. 어제 장 봤는데 왜 먹을 게 없지? 요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마트에서 조금만 집어와도 10만 원은 기본이다. 오르지 않는 건 월급밖에 없다는 말을 체감하며 냉장고를 채운 게 바로 어제인데..
왜! 어째서! 먹을 게 없는 거지? 냉장고는 비어있지 않은데 왜 먹을 게 없을까?
남편이 생활비로 딴 주머니 찼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식은땀만 삐질 흐른다.
2. 열심히 차렸는데 왜 먹을 게 없지? 가족의 식사 준비는 전업주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매일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준비해서 손질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지지고 볶고..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며 차렸는데..
왜! 어째서!! 식탁 위가 이렇게 허전할까? 왜 젓가락 가는 반찬이 없을까?
고추장 찾는 남편과 김 찾는 아이들 사이에서 갈 곳 잃은 내 눈동자만 안절부절. 이래서 반찬가게에 가지 않을 수가 없다.
3. 부지런히 치웠는데 왜 어수선하지? 애들 등교 이후에도, 하교 이후에도, 저녁 먹인 이후에도, 치운 이후에도, 잘 준비를 하면서도 분명 치우고 쓸고 닦았는데..
왜! 어째서!! 집이 계속 어수선해 보이는 걸까? 치워도 치워도 왜 매번 똑같은 걸까?
퇴근하며 집안을 둘러보는 남편의 싸늘한 눈빛 앞에서 나는 작아지고 또 작아진다. 주인님의 불호령 앞에서 고개 떨군 하인처럼.
4. 양말은 왜 매번 짝이 없을까? 정말 불가사의하다. 빨래 갤 때마다 섬뜩하다. 세탁기나 건조기, 혹은 집 어딘가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건가. 아침에도 분명 두 짝이었는데..
왜!
어째서!!
그것들은 매번 짝 잃고 외로이 나부끼는 걸까?
나머지 한 짝의 행방은 어디일까?
매일 아침 양말 찾는 아이들에게 "그러게 잘 벗어놓으랬지!" 소리가 메아리치며 집안엔 찌릿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5. 주말마다 남편은 왜 몸살이 날까? 쉬고 싶은 주말. 하루라도 남편이 애들 아침밥 좀 챙겨주면 좋겠다. "나 오늘은 몸이 너무 힘들어.."라고 하려는데 '오늘'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선수 치는 남편. 그는 분명 꼬리가 아홉 개 이상일 것이다. 평일 내내 바깥 일 하느라 힘들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됐다! 쉬어라! 내가 한다 내가 해!! 라며 몸을 일으키는데..
왜! 어째서!! 그의 입꼬리가 묘하게 상승하는 걸까?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에는 왜 게임이 켜지는 거지?
누군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 비하하는 전업주부.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회사원 못지않게, 어쩌면 그들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게 티가 잘 나지 않아서 그렇지 절대 노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