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잃고서야 보이는 것들

"산타도 올해는 경제 위기래"

by 이니슨

사회적·정치적 논평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뱅크시가 최근 런던 중심부 베이스워터 지역의 한 건물 벽면에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연합뉴스

겨울 모자와 부츠를 착용한 두 아이가 차가운 바닥에 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두 아이 중 한 명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고 있고, 별이나 빛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BBC와 AP통신을 인용한 여러 매체들이 전했다.


이 그림은 ‘노숙 아동’을 주제로, 성탄절을 맞은 시민들에게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깊은 울림과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나 역시 올해 들어 유독 소외계층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을 때는 그것을 지키느라 보지 못하던 것들을, 손에 있던 것을 다 잃고 나서야 떠올리게 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정부나 기업들이 소외된 계층을 위해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알고리즘 때문인지, 하필 네이버에 크리스마스 기부 광고가 떴다. 곰인형, 예쁜 옷, 새 운동화…. 아이들이 직접 쓴 크리스마스 소원 카드에는 작고 소박한 바람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얼마 안 되지만 갖고 있던 적립금을 기부했다. 티끌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Pixabay로부터 입수된 Hanin Abouzeid님의 이미지 입니다.

그나저나 내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떡하나. 산타를 믿는 건지, 안 믿는데 믿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 인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트리 만들자”라고 성화여서 어제서야 먼지가 쌓인 트리를 꺼냈다.


크리스마스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와 내 삶이 어딘가 분리된 느낌이라고 할까.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고, 선물도.. 당연히 준비한 게 없다.


트리에 과자랑 젤리라도 조금씩 달아주려고 한다. 꼭 대단한 것만이 선물은 아니니까. “요즘 세계 경제가 어려워서 산타도 힘들대”라고 둘러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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