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의 저자로서 인터뷰를 하고 왔어요. 감사하게도 불러주시더라고요. 사전 질문지를 받았는데 그중 한 질문이 제 가슴을 두드렸어요.
독박육아하며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었어요.
독박육아. 단독육아. 홀로육아 그 어떤 표현이든. 아이를 혼자 키우다시피 하는데 뭐 하나 힘들지 않은 게 있을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가도 밥상 앞에서, 씻기면서, 입히면서, 놀리면서 말이 통하지 않고 언제나 일방통행일 뿐인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매번 즐거울 순 없으니까요.
생각해 봤어요. 가장 힘든 게 뭘까.
여러 가지 중 최고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몸이 힘든 건 쉬면 돼요. 물론 그 쉬운 걸 할 수 없는 게 엄마이지만 하면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마음은 아니에요. 한 번 무너지고 금이 간 마음은 쉽게 되돌릴 수 없어요. 그 마음을 일으키는 건 뜻대로 잘되지 않아요. 혼자라는 외로움이 쌓이고 쌓이면 마음에 금이 생겨요. 날이 갈수록 금은 깊어지고 또 커지죠. 금 간 곳을 붙인다고 해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아요.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전 아이를 키우며 유독 힘든 날들이 있어요. '육아'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집안일, 가족일 등 여러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정말 미치겠는 날이죠. 엄마인 제가 힘들면 미안하게도 그 화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요. 아이들에게 별거 아닌 일로도 화를 내고 심지어는 울다 잠들게 하기도 해요. 그런 날 엄마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잠든 아이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어루만지며 "엄마가 미안해. 내일은 안 그럴게" 다짐을 하지만 가슴이 찢어지죠. 내가 잘못한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 날은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요. 굳이 내 마음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이해해주는 사람, 어루만져 주는 사람, 힘을 낼 수 있게 버텨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날조차도 전 철저하게 혼자예요. 바쁜 남편에게 전화해 하소연할 수도, 친정엄마한테 전화해 이야기할 수도 없지요. 그렇다고 친구를 찾을 수도 없어요. 그들 역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남은 집안일과 등등을 마무리 해놓고 혼술을 하는 거예요. 그리곤 한참 울기도 하는데, 누가 알겠어요. 그렇게 또 혼자 풀고 마는 거죠. 남편이 들어올 때쯤엔 이미 상황 종료! "별일 없었어?"라는 말에 "응"이라는 영혼 없는 대화만이 오갈 뿐이죠.
그렇다고 남편을 원망할 순 없어요. 그는 노느라 집에 없는 게 아니니까요. 그 역시 일찍 귀가해 쉬고 싶을 테니까요. 물론 저의 집은 다소 특수상황이라 남편이 가끔은 개인적인 볼 일로 늦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 때문이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외로움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아요. 가슴이 펑 뚫린 듯하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허전한 마음을 혼자 견디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다만 그 횟수가 더뎌지는 것 같기는 해요. 외로움을 견딜 수록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걸까요. 최근에는 가슴이 아파 숨이 찰 때도 있는데, 아마 아무도 모를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돼 버릴 것 같은 날들도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든 기분 전환을 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꽃 한다발을 사와서 꽃병에 꽂아 놓는 거예요. 꽃의 화사함이 제 기분도 밝게 만들어 주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날은 디퓨저를 하나 사서 제가 잘 있는 곳 가까이에 놔둬요. 좋은 향기가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또 어떤 날은 일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혼자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요.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아요.
홀로 견디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에 금이 생겨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게 되죠. 휴일, 아이에게 유독 화를 많이 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주중에 쌓인 것들이 한 번에 표출되는 거죠. 그런 모습을 보는 남편은 제게 더 화를 내요. 왜 그렇게 짜증을 내냐고요. 이유는 간단해요.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에 외로움이 더해져 쌓이고 쌓인 거예요. 신경질을 부리는 제게 왜 화를 내냐고 묻기 전에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 한마디면 그간 쌓였던 외로움이 녹아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남편도 일하느라 가족에서 소외되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겠죠.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기 전에 남편의 마음을 살필 수 있어야 하는데...
어쨌든 결론은, 98% 혼자 아이를 케어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저의 경우 '외로움을 견디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독박육아 혹은 단독육아 혹은 홀로육아, 이런 형태의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제신가요? 또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나요?
PS. '독박육아'라는 표현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 계신데요, '독박'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남편을 상대로 한 '독박'이라기보다는 '애 낳아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될 줄 알았는데 낳고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 좀 부족하다'라는 의미의 '독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남편들도 스스로 원해서 육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못'하는 것이지 '안'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 남편은 저 독박육아 맞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