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에세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오만가지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기쁨 슬픔 두려움 걱정 환희 등에 '대체 이건 무슨 감정이지?' 싶은 것들까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여러 감정들에 사로 잡힌다. 그 감정들 중 내가 최근에 느낀 감정은 슬픔이다.
아이를 키우며 슬픔을 느낄 때, 언제일까. 아이가 다쳤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내던 학원을 끊어야 할 때? 내가 느낀 가장 슬플 때는 아이의 지난날이 기억나지 않을 때다.
언제던가. 둘째 아이와 함께 대중목욕탕에 갔다. 엄마 팔을 씻겨준다는 아이에게 팔을 맡기고 아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내게 언제 이렇게 큰 딸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순간 '이런 게 치매 증상인가' 싶었는데 좀 더 깊게 생각해보니 아이의 지난날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여러 선배맘들의 말처럼 돌아보면 아이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이렇게 커 있었다. 둘째는 그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정말 지나간 일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늘 힘들다는 생각만 해서일까..
아무래도 아이가 둘이 되다 보니 누구한테든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을 수가 없고, 내 에너지가 두 곳으로 나뉘어야 하기에 난 더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왔던 것 같다(지금도 현재 진행형).
하루하루 바삐 살다 보니 아이와의 추억보다는 지금을 살아내는 일에 더 치열했다. 아이와 추억을 만들기보다는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
사진첩을 열어본 후에야 그때의 기억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지금 내가 그때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이렇게 사진을 열어야만 추억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운, 꼭 꺼내봐야 떠오르는 기억의 하나가 될 것을.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렇게 또 순식간에 커 내 손을 떠날 아이의 뒷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슴에 와 닿았다.
'천천히 커라'라는 마음이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큰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던 그날 밤 그 생각에 난 참 많이도 슬펐다. 혼자 많이도 울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충실하고, 아이의 모습을 많이 기록해야겠다 싶은 날이었다.
에필로그.
그날 밤에는 분명 그랬다. 육퇴 후 설거지를 하면서 그 생각에 혼자 꺽꺽대며 울기도 했다. 그런데 아침의 마법! 나는 전날 밤의 일까지 기억 못 한다는 듯 또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있었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