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발 냄새와 씰룩이는엉덩이

육아 에세이

by 이니슨

어느 날엔가 작은 아이와 소파에서 놀다가 문득 아이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작디작던 아이의 발은 어느새 내 한 손에 담기도 벅찰 정도로 자라 있다. 아이 발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댄다. 다행이다. 아직 꼬릿 꼬릿 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난다. 비누 향 사이로 나는 그 냄새가 참 좋다.


이제 너무도 훌쩍 커버린 큰 아이 발에선 제법 어른의 냄새가 나는데 작은 아이의 발 냄새는 여전히 잘 눅은 치즈처럼 고소하다. 그 발에 한참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노라니 아이가 말을 건다.


"엄마 지금 뭐 해요?"

"네 발 냄새 맡아."

"발 냄새? 아악 더러워!"

"하나도 안 더러워. 지금 이 냄새가 좋아."


이 고소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때 실컷 맡아둬야지. 언제 어른의 발 냄새로 변할지 모르니까.




아이가 종종 업어달라고 할 때가 있다. 아직 가벼운 아이를 등에 번쩍 업고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엄마. 이번엔 내 방으로!", "이번엔 엄마 아빠 방으로~!"


아이의 주문에 따라 이곳저곳을 업고 다니다 보면 아이가 점점 내 엉덩이 밑으로 쳐진다. 너무 작아서, 잘못하면 부스러지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기만 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오래 업고 있으면 무겁기까지 했다.


첫째 아이는 이제 업을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아쉬울 때가 더러 있다.

업어줄 수 있을 때 마음껏 업어줘야지. 첫째 아이처럼 조금만 더 크면 이렇게 업어주기도 힘들어질 테니까.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는 아이. 옷을 벗고 욕실로 걸어 들어가는데 실룩거리는 엉덩이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ㅇㅇ야. 잠깐만 이리 와봐~"

"왜 엄마?"


욕실로 들어가다가 돌아온 아이에게 말한다.


"엉덩이 씰룩거리는 거 너무너무 귀여워~"


아이는 귀엽다는 말이 좋은 건지 내 앞에서 엉덩이를 실컷 흔들어 보인다. 동그랗고 작은 엉덩이를 씰룩이는 아이도,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나도 한참을 깔깔대고 웃어댄다.


하얗고 작고 동그란 이 엉덩이를 많이 봐 둬야지. 좀 더 크면 창피하다고 욕실 밖에서 옷 벗는 일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땐 이렇게 귀여운 엉덩이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로서의 내 바닥을 마주한다. 매일 수없이 엄마로서의 내 자질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좌절하고 반성하길 반복한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 째인데도 나는 아직도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벌써 이만큼이나 커 있다. 곧 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서 자신은 스스로 자랐다 여기며 세상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문득 아이의 발을 쓰다듬으며, 그 꼬릿한 냄새를 맡으며 아쉽다 생각한다. 아이의 작은 몸을 업고 돌아다니며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엉덩이를 씰룩이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앙증맞은 손과 동그랗고 작은 얼굴과 혀 짧은 발음과 키를 재 달라며 들린 발꿈치와 작은 상처에도 밴드를 붙여달라고 달려오는 발걸음과 졸리다고 내 품을 파고드는 그 숨결이 더 크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한다.


일상의 힘겨움에 지쳐 사진첩을 뒤적이지 않으면 잘 생각나지 않는 아이의 옛 시간들이 그립다. 참 이상하다. 힘들어서 빨리 좀 컸으면 싶다가도 이렇게 천천히 컸으면 좋겠는 마음이라니...




지금 누릴 수 있는 이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는 한없이 그리워질 것이다. 힘들다 여기는 것조차 아쉬워질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아이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너무도 당연한, 아무것도 아닌 이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그 감사함을 잊지 말자는 다짐도 한다.


천천히 커다오. 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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